일제강점기 후지츄간장공장의 쓰지 만타로 증손자 쓰지 슈이치로 씨가 9월 21일 대전을 찾아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21일 폭우가 쏟아져 기차 운행에 차질을 빚는 중에 가까스로 도착한 쓰지 슈이치로(28) 씨를 대전역 대합실에서 맞았다. 그는 일본 도쿄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면서 일제강점기 대전 후지츄 간장의 쓰지 집안의 손자로서 대전과 교류를 이어갈 계승세대에 해당한다. 지난해 도쿄 같은 병원에서 동료로서 만난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4개월 아이를 경기도 용인의 처가 댁에서 돌보는 중으로 이달 말 육아휴직을 마치고 가족들과 일본으로 출국을 앞두고 이날 대전을 방문했다. 그의 할아버지 쓰지 아츠시(86) 씨는 일제강점기 대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까지 대전에서 지내고 광복을 맞은 조선을 떠나 일본으로 돌아간 일본인 귀환자다. 중도일보는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일본 아이치현 고난시 그의 자택을 찾아갔고, 대전에서 태어나 광복 직후 일본으로 귀환한 일본인 세대의 대전에 대한 고향의식을 인터뷰한 바 있다. 또 그들이 주축이 되어 구성한 일한시민네트워크가 한국인 학생들의 일본 유학과 일본인 학생들의 한국 여행을 중계하며 이어온 민간교류에 대해 취재한 바 있다.
대전시 등록문화재인 보문산 별장을 지은 쓰지 만타로의 증손자 쓰지 슈이치로(사진 왼쪽)씨가 대전에서 이토 마사히코 교수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이어 그는 옛 충남도청에 마련된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을 찾아 전시물에서 대전의 역사를 살피고 대전식 손님 대접이라 할 수 있는 칼국수로 점심을 나눈 뒤 서구 기성동 대전추모공원에 있는 홍도총을 참배했다. 홍도총은 동구 홍도동에 있던 공동묘지를 지금의 추모공원 흑석동으로 옮길 때 무연고분묘를 모아 합장한 묘역인데, 1935년께 홍도동 공동묘지가 처음 조성된 때 안장된 일본인 유해 1500여 기가 이곳 홍도총에 합장된 것으로 전해진다.
쓰지 슈이치로 씨는 "할아버지께서는 대전에 대해 자주 말씀하시고 그림도 그리셨는데 한일관계가 좋지 못한 시기에도 친근한 마음을 갖고 교류하셨고 저에게도 강조하셨다"라며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태어난 아이에게도 한국문화를 배우도록 해서 한일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문화를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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