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행복추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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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행복추구권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 승인 2024-09-22 11:59
  • 신문게재 2024-09-23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이승현증명사진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전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행복추구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행복'이란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무엇이 행복이고 어떠한 방법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는 개인의 가치관과 인생관에 따라 그 대답을 달리한다. 행복추구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자기만족과 자기실현의 문제이다. 그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가 헌법에 실정법적으로 규정됨으로써 '행복의 추구'는 더 이상 일상적 개념이나 형이상학적·철학적·종교적 범주의 개념이 아니라 헌법적 개념으로 전환됐고, 이로써 헌법의 구성 부분이자 헌법의 가치가 되었다.(한수웅 著 「헌법학(제8판)」 참조).

이처럼 '행복(幸福)'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고는 하나, 행복은 그 자체로 매우 추상적인 개념으로 행복에 대한 개념을 세우기 위해서 행복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관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M. Heidegger)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피투(被投)되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피투란 던져짐을 당했다는 의미이다. 즉,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나겠다고 살아가겠다고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는데도 나도 모르게 현실을 감당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현실을 일단 살 수밖에 없기에 매우 억울하며, 이러한 억울함은 인생에 대한 불쾌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쾌함 내지 억울함을 제거하는 것, 다시 말해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요?

쾌락 추구를 행복의 최선이라고 생각한 철학자들이 있었고, 이들을 에피쿠로스주의자라고 불렸다. 그런데 쾌락을 추구한 에피쿠로스주의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금욕주의자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에피쿠로스주의자는 쾌감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몰두할 경우 더 큰 고통 내지 불쾌함이 따른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피쿠로스주의자는 쾌락을 무한대로 증가시키기보다는 필수적 욕구를 채워 만족을 얻어 몸과 마음의 동요가 없는 상태를 '아타락시아(ataraxia)'라고 부르며 이를 최상의 쾌락이라고 보았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성이 완전하게 구현된 상태가 덕이고, 행복은 바로 이러한 덕이 구현된 상태라고 했다. 즉, 행복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도야하며 인격적으로 완성이 되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궁극의 상태인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이 세상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도덕법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하며,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정언명령(定言命令)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네 의지의 격률이 언제나 주관적인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 둘째, 너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을 결코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도록 행위하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철학자들의 관점들을 종합하자면, ① 인간은 현실에 존재한 이상 불쾌하여 불행할 수밖에 없고, ② 따라서 쾌락을 추구하며 행복을 찾아야 한다. ③ 다만, 무분별한 쾌락은 반대로 더 큰 불쾌를 유발하므로 정돈된 쾌락을 추구해야 하며, ④ 자기 자신의 인격을 도야하는 것이야말로 정돈된 쾌락인 행복이다. ⑤ 나아가 자기 자신의 인격을 도야함에 자기 자신에게만 치우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는 표현 역시 나의 인격과 다른 사람의 인격 간의 조화를 추구해야 함을 선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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