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대표님, 이번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열린 '13번째 플루트 리사이틀 <허정인과 친구들>' 공연 정말 멋졌습니다. 즐겁게 감상하고 왔습니다. 리사이틀을 성황리에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추석 연휴 시작 즈음이었으나 의외로 관객분들이 많이 찾아와주신 덕분에 앙상블홀 객석이 가득 메워져 행복한 음악회를 치렀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실 첼리스트, 허정인 플루티스트, 이범진 피아니스트. |
-직접 토크를 하며 음악회를 진행해서 감상하기 편했고 친구 연주자들과 화합하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기획 의도를 말씀해 주실까요?
▲이 지역 출신의 동갑내기 연주자들인 김현실 첼리스트와 이범진 피아니스트를 초청해 함께 연주했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꾸준히 순수한 연주 활동을 하며 대전의 음악문화에 있어서 사회적 가치를 오랫동안 실현해 온 우리들의 세월을 격려하고, 음악을 즐기며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였지요. 그리고 음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지역사회에서 예술활동의 의미와 가치를 나누고자 토크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친구를 소개합니다’ 1부에서 소개한 이범진 피아니스트의 까마하우스에서 연주회도 감상하고, 김현실 첼리스트의 올댓 첼로 앙상블 공연도 가보고 싶습니다. 이번에 출연한 세 분은 모두 리사이틀을 꾸준히 하셨다고 했는데, 리사이틀이 어떤 의미를 갖는 지 궁금합니다.
▲음악회에서 리사이틀이라 하면 독주회를 의미하는데요. 소규모의 학구적인 개인발표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사이틀을 준비하는 과정은 상당히 고된 작업인데요, 리사이틀은 전문예술가로서 자기계발을 위해 최대의 노력을 들이는 예술활동 중 하나입니다. 저는 리사이틀을 통해 음악과 삶을 관객들과 나누고, 연주자들과 나누며 경험하고 도전함으로써 음악인으로서의 배움과 열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석사와 박사 학업 중 일곱 번의 리사이틀을 하면서 인내와 고통이 수반되는 과정을 통해 크게 성장을 했고, 그것은 귀국 후 열세 번의 리사이틀을 하게 된 기반이 되었지요.
허정인과 친구들 연주 모습. |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FSU)에서 7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2003년 12월 귀국 후 2004년 귀국 리사이틀, 이듬해 대전예술가의집(구 대전시민회관) 기획시리즈 초청으로 리사이틀, 2006년 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 같은 해 가을 대전 평송청소년수련원 초청으로 'World Music Korea'라는 제목으로 음악적 주제를 설명하며 연주하는 강의 리사이틀을 개최했습니다.
2007년에 대전예술신인상을 수상했는데요. 이듬해 수상 기념 리사이틀, 2010년에 리사이틀, 2011년 'Ian Clarke-플루트 현대기법'이라는 주제로 강의 리사이틀, 2014년 리사이틀, 2018년 '현대음악:작곡가와 연주자 사이'라는 주제로 강의 리사이틀을 개최했습니다. 2020년 아트브릿지에서 비대면으로 리사이틀, 2021년엔 한국의 첫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유네스코 세계기념 인물로 선정된 해를 맞아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며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오직 하나인 특별한 당신'이라는 제목으로 리사이틀을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2023년엔 나무기획 초청으로 음악적 사명인 한국의 현대음악 발전에 대해 어린 시절과 유학 시절 등을 자세히 해설하며 연주한 게 열두 번째였습니다.
-한국의 현대음악 발전에 관심이 많은 플루티스트 허정인, 특별한데요. 그러한 관심의 계기가 있을까요?
▲예. 저는 한국음악을 연주하는 플루티스트,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플루티스트라고 제 자신을 종종 소개합니다. 그러한 예술활동에는 단연코 올해 7월 18회 정기연주회를 마친 K-Classic 뉴던이 중요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제가 어려서 제일 먼저 접했던 예술 분야는 만 4살 때 배운 한국전통무용이었습니다. 8년간 지속적으로 배우며 무대에서 춤을 췄고, 플루트를 전공하던 대학 시절에는 방학 때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 가서 가야금과 장구, 민요, 판소리 등 한국음악을 배웠습니다. 한국 음악이 늘 제 삶에 자리하고 있었던 거지요. 그리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FSU)에 플루트 연주로 유학을 가서도 한국음악을 또 접하게 됩니다. 1000여 명의 학생수가 있는 FSU 음악대학엔 정규수업으로 13개의 월드뮤직앙상블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한국음악앙상블(Korean Ensemble)을 지도하고 계신 영국인 앤드류 킬릭 교수님을 운명처럼 만나게 되죠. 종족음악학 중에서도 한국음악을 중점적으로 연구하신 Andrew Killick 교수님은 한국음악에 대한 많은 저서를 영문으로 남기셨고, 세계대백과사전에서 한국음악분야를 영문으로 전담해 저술하신 분입니다. 저는 그 분을 도와 학생들에게 민요와 대금, 춤 등을 가르쳤는데요. 그러던 중 교수님이 본국인 영국 Shefiled 대학으로 학교를 옮기시면서 Korean Ensemble 수업을 저 혼자 도맡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잘 가르치기엔 부족하기 짝이 없고 어설펐지만, 타지에서 외국 학생들에게 우리의 전통예술문화를 가르치면서 높은 관심과 호응을 받았고, 그것은 한국인으로서의 보람과 자긍심으로 다가와 어느덧 제 꿈에 한국음악이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케이클래식 뉴던 대표로서의 예술활동이 그렇게 시작되었군요, 소개 부탁드려요. 얼마 전 정기연주회도 마치셨지요?
▲예. 귀국 후 3년 차였던 2006년 서양클래식음악과 한국전통음악을 전공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연주단체인 '현대음악앙상블 뉴던'(New Dawn)을 결성했어요. '새로운 시도, 시작' 이라는 의미를 지닌 뉴던은 제1의 창작자인 작곡가와, 연주로 음악작품을 표현하는 제2의 창작자인 연주자 사이의 활발한 교류를 이루며 세계화를 이룰 수 있는 한국의 창작음악, 지속적으로 연주되며 존재하는 클래식이 될 이 시대 한국의 현대음악 장르를 추구해 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작곡가들과 협업하면서 50여 곡의 창작곡과 개작곡을 초연하며 발굴했고, 올해 18회 정기연주회에서 '한국을 그리다'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현대음악앙상블 뉴던이 지금은 케이클래식 뉴던이 되어 한국의 현대음악을 그린거네요. 흥미롭습니다. 미국 유학 중 플루트 교육 사사는 어떤 분에게 하셨고, 지금까지 허 대표님의 음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요. 그리고 허 대표님 스스로는 어떤 교육자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미국 FSU 유학 중 학생들 개성을 살려주며 늘 용기를 주셨던 푸근한 성격의 딜래니 교수님이 첫 교수님이셨구요. 퇴임 후 새로 오신 스테파니 교수님은 넘쳐나는 끼와 음악적 표현력을 유쾌하게 전달하시는 교수님이셨는데요. 음악인으로서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신 분이었습니다. 박사과정 마지막 해에 새로 부임한 스위스 출신 에바 암슬러 플루트 교수님은 저의 음악에 제 영혼을 표출할 수 있도록 정신적 힘을 불어 넣어 주신 분입니다. 내면의 세계를 돌아보며 나 자신만의 음악을 찾을 수 있도록 했고, 음악과 인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음악으로의 열린 시각을 갖도록 이끌어주셨지요. 급기야 박사과정 중 필수인 강의 리사이틀에서 한국의 플루트인 대금을 강의하길 권하셨고, 저는 한국의 음악적 특징, 대금의 연주기법 등을 설명하며 대금산조를 연주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매해 8월에 3000여 명의 플루티스트들이 모인 가운데 미국에서 개최되는 NFA 컨벤션에 초청돼 'Korean Music on the Western Flute'라는 제목으로 강의와 독주,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대금과 대금산조에 대한 제 박사 논문은 아직까지도 미국 대학에서 유일한 논문으로 남아있어 자부심과 긍지를 느낍니다.
유학 중 만난 교수님들로부터 악기 연주의 테크닉 이상으로 저만의 음악을 탐구하고 음악적 사명을 깨달아 가는 음악인, 음악을 탐구하고 즐기는 음악인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전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제자들을 가르치며 항상 염두에 두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연습과 공부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음악과 함께 하는 기쁨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노력하는 과정의 소중함과 가치, 자신의 음악 활동에 대한 열린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음악을 전공하며 쏟게 되는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 고민, 좌절, 열정, 성취 등은 미래에 음악이 아닌 또 다른 일을 만났을 때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이뤄낼 수 있게 하는 튼튼한 기반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허정인 대표가 어린 시절 한국전통무용을 하는 모습. |
허정인 대표는 만 4살때 한국전통무용을 접했다. 사진 가운데가 허정인 대표. |
-허 대표님은 플루트 앙상블을 여러 개 지도하고 계시는데, 어떠한 마음으로 임하시는지요?
▲플루트에 대한 깊은 열정을 가진 성인들로 구성된 플루트 앙상블을 지도하고 있는데요. 확실한 비전과 목적을 제시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플루트 앙상블 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비전은 플루트 앙상블 음악 안에서 공감하고 즐기며, 나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고, 이웃과 세상을 밝게 바라보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또 플루트 앙상블을 이끌어나가는 목적은 단원들 간의 친목과 소통을 이루며 배움의 열정으로 자기계발을 실천하고, 예술활동으로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입니다. 저의 여러 예술활동 안에서 저의 삶의 비전과 목적을 앙상블 단원들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 분들의 순수한 열정과 저의 순수한 열정을 동일시하면서 비전과 목적을 나누는 것이지요. 음악 안에서 삶을 나누는 소셜 커뮤니티로서 그 순수한 열정은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평생교육의 한 장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교육자로서의 소명을 갖고 기쁘게 임하고 있습니다.
미국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FSU) 유학시절 학생들에게 한국 전통 음악과 무용을 가르치는 허정인 대표. |
미국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FSU) 유학시절 학생들에게 한국 전통 악기인 북을 가르치는 허정인 대표. |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FSU) 유학시절 Korean Ensemble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허정인 대표. |
-아하 그렇군요. 음악인으로서, 교육자로서 소명의식이 가득한 진지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허 대표님, 앞으로 음악인으로서의 희망과 계획을 들려주실까요?
▲예, 세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K-Classic 뉴던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음악을 계속해서 시도하려고 합니다. 특히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탈춤'을 소재로 한 융복합 장르의 공연을 2012년도부터 실현해 왔는데요. '탈춤콘서트 봉산', '탈춤콘서트 고성오광대'에 이어 '탈춤콘서트 하회별신굿'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미술, 문학, 연극, 무용 등과 다원화를 이루는 뉴던의 다양한 콘서트와 20주년 음악회를 구상 중입니다. 또 대중과의 음악적 거리를 좁히며 뉴던만의 색감을 가진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플루트 앙상블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저변화를 위한 활동에 힘을 기울이고, 문화예술교육과 평생교육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문예술인이 삶에 자긍심을 갖고, 전문예술인과 예술을 진지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예술로 풍요로운 지역사회를 만들어보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그래서 그러한 뜻을 품은 '휴아트'를 키우는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사실 이러한 모든 희망과 계획들이 이루어지리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희망과 계획을 말씀 드리다 보니 설레며 뛰는 가슴을 느끼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케이클래식 뉴던 공연 모습. |
플루트 앙상블팀을 지휘하고 있는 허정인 대표. |
플루트 앙상블팀을 지휘하고 있는 허정인 대표 |
대담, 정리 한성일 편집위원(국장)hansung007@
▲1972년 대전 출생. 대전여고, 충남대 관현악과 수석 졸업(학장상 수상), 동대학원 석사 졸업.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FSU) 예술행정 석사, 플루트 연주 박사 졸업.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음악캠프 초청 강사 역임(2003~2007). 대전예술신인상 수상(2007). 60여 곡 초연. 한밭춘추, 대전예술, 클래시컬 등 음악 관련 칼럼 기고.
현재 충남대, 한국교원대 출강. 케이클래식 뉴던 대표(2006년 창단). 디악(2006년 창단),에이카페(2013년 창단) 리더. 칸타빌레, 메이저, 엘레강스(대전서구문화원), 세종메이저 Flute 앙상블 지휘자, 한국플루트협회, 대전문화예술협회 이사, 예술사랑토파즈 회원 등으로 활동 중. 블로그 주소 blog.naver.com/heo_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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