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중 개최하게 된 음악회라 지인들을 초대하기도 민망했습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이후로 명절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인지, 의외로 여유로운 시간을 맞이한 관객분들이 많이 찾아와주신 덕분에 관객석이 가득 메워져 성황리에 행복한 음악회를 치렀습니다. 이번이 열세 번째 리사이틀이었는데요. 이 지역 출신의 동갑내기 연주자들인 김현실 첼리스트와 이범진 피아니스트를 초청해 함께 연주했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꾸준히 순수한 연주 활동을 하며 대전의 음악문화에 있어서 사회적 가치를 오랫동안 실현해 온 우리들의 세월을 격려하고 음악을 즐기며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였지요. 그리고 음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지역사회에서 예술활동의 의미와 가치를 나누고자 토크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리사이틀을 준비하는 과정은 상당히 고된 작업입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리사이틀을 왜 하는지, 이 리사이틀을 통해 어떠한 음악인으로 거듭날지, 연주자들과 관객들과 어떠한 가치를 나누고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할지 생각하며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공연 후엔 늘 그렇듯 아쉬움이 있지만, 감사하고 만족합니다.
▲음악회에서 리사이틀이라 하면 독주회를 의미하는데요. 프로그램 기획부터 출연진, 무대, 기획 연출까지 스스로 진행하는 소규모 인원 구성의 개인발표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7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2003년 12월 귀국했는데요. 2004년 봄에 귀국 리사이틀로 시작해, 이듬해 대전예술가의집(구 대전시민회관) 기획시리즈 초청으로 두 번째 리사이틀을 개최했습니다. 2006년 봄에는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허정인의 플룻세상>을 선보였지요. 같은 해 가을엔 대전 평송청소년수련원의 초청을 받아 ‘World Music Korea’라는 제목으로 강의 리사이틀( Lectural Recital)을 개최했습니다. 2007년에는 제가 대전예술신인상을 수상했는데요. 이듬해인 2008년 대전예술신인상 수상 기념 리사이틀로 ‘허정인의 플룻세상 II’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2010년에도 역시 ‘허정인의 플룻세상’, 2011년엔 ‘Ian Clarke-플루트 현대기법’이라는 주제로 강의 리사이틀, 2014년에 ‘허정인의 플룻세상’, 2018년에는 ‘현대음악:작곡가와 연주자 사이’라는 주제로 강의 리사이틀을 개최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 시국을 맞이한 해에는 ‘My Classic: Contemporary’라는 제목의 리사이틀을 비대면으로 진행했습니다. 2021년엔 한국의 첫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유네스코 세계기념 인물로 선정된 해를 맞아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며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오직 하나인 특별한 당신’이라는 제목으로 리사이틀을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2023년엔 나무기획 초청으로 ‘중견 연주자를 만나다’ 리사이틀에서 저의 음악적 사명인 한국의 현대음악 발전에 대해 어린 시절과 유학 시절 등을 자세히 해설하며 연주했습니다.
그리고 귀국 후엔 그러한 개인 발표회인 리사이틀을 통해 음악과 삶을 관객들과 나누고, 연주자들과 나누며 경험하고 도전함으로써 음악인으로서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허 대표님은 음악인으로서 특별한 경력이 있으시지요? 소개해주실까요?
▲예. 저는 한국음악을 연주하는 플루티스트,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플루티스트라고 제 자신을 종종 소개합니다. 거기엔 단연코 올해 7월 18회 정기연주회를 마친 K-Classic 뉴던이 중요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제가 어려서 제일 먼저 접했던 예술 분야는 만 4살 때 배운 한국전통무용이었습니다. 8년간 지속적으로 배우며 무대에서 춤을 췄고, 플루트를 전공하던 대학 시절에는 방학 때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 가서 가야금과 장구, 민요, 판소리 등 한국음악을 배웠습니다. 한국 음악이 늘 제 삶에 자리하고 있었던 거지요. 그리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FSU)에 플루트 연주로 유학을 가서도 한국음악을 또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귀국 후 3년 차였던 2006년 서양클래식음악과 한국전통음악을 전공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연주단체인 ‘현대음악앙상블 뉴던’(New Dawn)을 결성하게 됩니다. '새로운 시도, 시작' 이라는 의미를 지닌 뉴던은 제1의 창작자인 작곡가와, 연주로 음악작품을 표현하는 제2의 창작자인 연주자 사이의 활발한 교류를 이루며 세계화를 이룰 수 있는 한국의 창작음악, 지속적으로 연주되며 존재하는 클래식이 될 이 시대 한국의 현대음악 장르를 추구해 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작곡가들과 협업하면서 50여 곡의 창작곡과 개작곡을 초연하며 발굴했고, 올해 18회 정기연주회에서 '한국을 그리다'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미국 FSU 유학 중 세 분의 플루트 교수님을 만납니다. 학생들 개성을 살려주며 늘 용기를 주셨던 푸근한 성격의 딜래니 교수님, 퇴임 후 1년간 가르쳐주신 스테파니 교수님은 넘쳐나는 끼와 음악적 표현력을 유쾌하게 전달하시는 교수님이셨는데요. 음악인으로서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신 분이었습니다. 박사과정 마지막 해에 만나게 된 유럽 출신 에바 암슬러 플루트 교수님은 저의 음악에 제 영혼을 표출할 수 있도록 정신적 힘을 불어 넣어 주신 분입니다. 끊임없이 내면의 세계를 돌아보며 나 자신만의 음악을 찾을 수 있도록 했고, 음악과 인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음악으로의 열린 시각을 갖도록 이끌어주셨지요. 박사과정 중 필수로 해야 하는 리사이틀 중 강의 리사이틀( Lectural Recital) 때 한국의 플루트인 대금을 권하셔서 한국의 음악적 특징, 대금의 연주기법 등을 설명하며 대금산조를 연주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매해 8월에 3000여 명의 플루티스트들이 모인 가운데 미국에서 개최되는 NFA 컨벤션에 초청돼 ‘Korean Music on the Western Flute’라는 제목으로 강의와 독주,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대금과 대금산조에 대한 제 박사 논문은 아직까지도 미국 대학에서 유일한 논문으로 남아있어 자부심과 긍지를 느낍니다.
최근 플루트에 대한 깊은 열정을 가진 성인들로 구성된 플루트 앙상블을 지도하면서 확실한 비전과 목적을 제시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K-Classic 뉴던의 말뚝이 공연 모습. |
제가 하는 일의 목적은 단원들 간의 친목과 소통을 이루며 배움의 열정으로 자기계발을 실천하고, 예술활동으로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입니다. 음악 안에서 삶을 나누는 소셜 커뮤니티로서 그 순수한 열정은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평생교육의 한 장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교육자로서의 소명을 갖고 기쁘게 임하고 있습니다.
K-Classic 뉴던의 산 풍경 사진 |
▲예, 세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K-Classic 뉴던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음악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시도하려고 합니다. 특히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탈춤’을 소재로 한 융복합 장르의 공연을 2012년도부터 실현해 왔는데요. ‘탈춤콘서트 봉산’, ‘탈춤콘서트 고성오광대’에 이어 ‘탈춤콘서트 하회별신굿’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미술, 문학, 연극, 무용 등과 다원화를 이루는 뉴던의 다양한 콘서트와 20주년 음악회를 구상 중입니다. 또 대중과의 음악적 거리를 좁히며 뉴던만의 색감을 가진 레퍼토리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이밖에도 플루트 앙상블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저변화를 위한 활동에 힘을 기울이고, 문화예술교육과 평생교육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싶습니다.
K-Classic 뉴던의 길놀이 공연 사진 |
대담, 정리 한성일 편집위원(국장)hansung007@
▲1972년 대전 출생. 대전여고, 충남대 관현악과 수석 졸업(학장상 수상), 동대학원 석사 졸업.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FSU) 예술행정 석사, 플루트 연주 박사 졸업.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음악캠프 초청 강사 역임(2003~2007). 대전예술신인상 수상(2007). 60여 곡 초연. 한밭춘추, 대전예술, 클래시컬 등 음악 관련 칼럼 기고.
현재 충남대, 한국교원대 출강. 케이클래식 뉴던 대표(2006년 창단). 디악(2006년 창단),에이카페(2013년 창단) 리더. 칸타빌레, 메이저, 엘레강스(대전서구문화원), 세종메이저 Flute 앙상블 지휘자, 한국플루트협회, 대전문화예술협회 이사, 예술사랑토파즈 회원 등으로 활동 중.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