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정선오 부장판사)는 소속 교사에 의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 원장 A씨가 대전시 중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지방비 보조사업 보조금 지원중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요청대로 보조금 지원중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A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가 소속 피해아동들에게 상습적으로 신체·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돼 2023년 3월 해당 교사는 징역형의 집행유예형을 확정했다. 이때 원장 A씨도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대전시 중구청은 어린이집 운영정지 1개월 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255만 원을 부과하고, 앞으로 2년간 대전시 지방비 보조사업 보조금 지원중지를 처분했다. 원장 A씨는 보조금 지원중지 행정처분에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규칙에 근거해 처분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법원에 취소를 청구했다. 이에 중구청은 영유아보육법 제36조에 보조금 지급에 관한 사항은 지방자치단체가 구체적인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해 이번 처분은 법령의 적법한 위임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심리를 맡은 제2행정부 재판부는 영유아보육법 제36조는 보조하는 비용의 지원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위임한 것일 뿐, 보조금을 지원받는 자에 대한 제재의 종류나 방법까지 위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정선오 부장판사는 "이 사건 지침은 법령의 위임 없이 제정된 행정기관 내부의 기준에 불과하므로, 법률 유보원칙상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령이 될 수 없다"라며 "영유아보육법 제36조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에 대하여 보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을 뿐이고 임의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재량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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