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2' 포스터. |
영화는 장르물답게 관객으로 하여금 작중 캐릭터에 대한 동일시를 요구합니다. 서도철에게 공감할 것인가, 아니면 박선우를 따라갈 것인가. 물론 이 작품의 내러티브는 서도철로 하여금 박선우를 체포하도록 함으로써 대중 영화적 권선징악의 노선을 분명히 합니다. 그러나 과연 서도철은 진정 모든 관객들의 공감과 동일시를 한 몸에 받으면서 주제 의식을 표상하는 영웅일까요? 그는 어쩌면 유사 동생 혹은 아들이라 할 박선우와 친아들인 우진으로 대표되는 신세대의 욕구와 상황을 분명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성세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도철은 여전히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합니다. 선배들이나 상관, 조직 전체의 불합리, 비효율에 대해 문제를 느끼면서도 그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합니다. 그는 결국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해서 선우를 체포하지만 그에게서 영웅적 면모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유명한 할리우드 형사물 <다이 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 형사 같지 않습니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 아들 우진에게 "아빠 생각이 짧았다."라고 말할 때 그는 양보와 포용의 아버지상이기보다 정말로 생각이 부족한 아빠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선우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실은 이 문제가 진정한 이 영화의 주제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불합리하고 무능한 국가 공조직, 법체계에 대한 도전과 저항의 캐릭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홍길동이거나 의적 일지매 같지 않다고 누가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그는 스파이더맨이 아닙니다. 영웅과 일상의 이중적 캐릭터로 살 수 없습니다. 그의 행보는 범법의 범주에 있기에 선배이자 형 혹은 유사 아버지와 같은 서도철의 제재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도철을 향한 그의 도발은 어느 면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살부충동과도 같은 것입니다.
'베테랑2'는 장르물의 외피와 관습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묵직한 문제의식을 던져 줍니다. 관객들은 서도철과 동일시하여 쉽사리 박선우를 단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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