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진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이재진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 <품격 저널리즘과 언론윤리(Quality Journalism and Media Ethics)>를 발간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재진 위원장은 “제가 2013년에 <미디어윤리>라는 소책자들을 집필했지만 그것이 언론윤리와 관련된 다양한 개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둔 것이라면 이 책은 그야말로 건강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학문적 고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꽤 오래 전부터 이런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그만큼 비교적 오랫동안 언론윤리법제 영역에서만 연구를 계속해 왔고, 학부와 대학원, 언론진흥재단 등에서 예비언론인들 또는 수습기자들을 대상으로 언론윤리교육에도 참여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현재의 우리나라 저널리즘 생태계가 건강하게 회복하도록 하는데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학술서를 쓰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실제로 우리나라 언론은 위기를 맞고 있는데 언론이 스스로 위기를 초래한 면도 없지 않고, 이러한 위기는 디지털 시대에 들어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원인에 대해 “무엇보다 언론의 '신뢰도 약화'와 '가짜뉴스의 범람'이 그 핵심”이라며 “우리나라에는 언론이라는 딱지가 붙은 미디어가 너무 많아서 우리나라 저널리즘 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고 말했다. 또 “ '위기'라는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쓰여 온 말이라서 오히려 위기감이 반감되는 느낌도 있다”며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짜 '위기'는 바로 현재의 위기 상황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위기를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려는 노력이나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위기를 공감하면서도 위기를 벗어나려는 노력보다는 현재의 자리를 지키려는 정도에 머물려고 하고 있는 태도가 정말 위기”라며 “그러다 보니 언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다양한 사회적 논의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황은 나아지지 못하고 더욱 악화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처럼 상황이 호전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부분적인, 그러나 핵심적인 해답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저는 이 책에서 언론이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과 이유를 살피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품격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의 실천을 제안했다”며 “품격 있는 저널리즘의 실천을 통해 추락한 언론의 신뢰도를 회복하고 아직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기레기' 멸칭을 떼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넷 매체가 급증해 미디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뉴스 콘텐츠가 질적 하락을 겪었고 부정확한 정보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정보 등이 확산하면서 언론의 신뢰도와 품격이 함께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비판 보도의 대상이 된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이 해당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매도하며 공격하거나 언론인이 보도 윤리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것도 위기를 가속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언론계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위기를 돌파하려면 유튜브나 숏폼이 제공하는 자극적이거나 흥미가 중심이 된 콘텐츠와는 차별점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사를 공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향후 미디어는 품격 있는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매체로 구분될 것이고, 품격을 상실한 매체는 언론사로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품격 있는 저널리즘은 사실성, 독립성, 공정성, 다양성, 공익을 위한 투명성 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언론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또 “품격 있는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신뢰할만한 취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재원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특정 취재원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경우 그가 언론사를 자기 생각을 전파하는 중개자로 삼으려는 의도를 지니게 될 수 있으니 다양한 취재원을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익명의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에 빈번하게 의존하지 말고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정보를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이 위원장은 “품격 저널리즘은 현재의 저널리즘 수준을 1~2단계 더 높이는 작업을 의미한다”며 “ 즉,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을 갖춘 기사를 만드는 작업을 총칭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서 '품격'은 기존 저널리즘의 속성을 고려해 △사실성 △독립성 △공정성 △다양성 △투명성 △공익을 위한 책임성 등과 같은 핵심 가치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언론의 황폐화를 가져오는 '옐로우 저널리즘'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해 “옐로우 저널리즘은 흔히 황색 저널리즘이라고 하는데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인간의 불건전한 감정을 자극하는 △범죄 △괴기 사건 △성적 추문 등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영방송을 뺀 거의 모든 언론이 광고를 수익모델로 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들이 생존을 이어가고 있어서 '공유지의 비극' 딜레마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작성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걸 무기 삼아 계속해서 광고를 요청하는 언론은 강력한 저항에 봉착할 수 있다"며 "언론은 유사 언론 또는 유튜브, 숏폼 동영상과는 차별적이고 유익한 것으로 믿을 만한 기사로 승부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품격 있는 저널리즘의 실천을 통해 추락한 언론의 신뢰도를 회복하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기레기' 멸칭을 떼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품격 저널리즘은 지금의 한국 언론이 지향해야 할 목표이자 유일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며 "현재 한국 언론이 안고 있는 신뢰성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일 뿐 아니라 향후 언론의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진 위원장은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저널리즘과 언론법제, 윤리, 정책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 학사 및 석사, 미국 아이오아대에서 석사, 미국 서던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언론법학회 고문, 등재지〈미디어와 인격권〉 편집위원장,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위원, SBS 시청자위원회 위원과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아울러 한국언론학회장(제45대), 한국언론법학회장(제9대), 언론중재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EBS 경영평가위원, 조선일보 독자위원회 위원, 한양대학교 입학처장을 지냈다. 2023년 한국언론법학회 논문우수게재상, 2009년 한국언론법학회 철우언론법상, 2006년 한국방송학회 학술상(저술), 2000년 한국언론학회 우당신진학자상을 수상했고, 우수학술도서에 네 차례 선정됐다. 한양대학교 연구우수교수와 강의우수교수로 선정됐다. 세계인명사전 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2013~2020년 연속 등재되었다. 대표 저술로 『International Libel and Privacy Handbook』(2024), 『언론법학자의 생애와 사상』(2021), 『혐오와 모욕 사이』(2020), 『Beyond Fear and Hate』(2019), 『언론과 공인』(2018) 등 30여 편의 단독 저서와 공동 저서와 북챕터가 있다. 또「Truths and Tales」(2024) 등 120여 편의 등재학술지 이상 논문이 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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