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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달 초 한 업체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남녀의 35.8%가 "추석이 오히려 스트레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가족 및 친척들의 참견이나 간섭'을 꼽았다.(에듀윌 20~40대 성인남녀 625명 설문조사)
명절 때 친척어른들의 듣기 싫은 참견과 폭풍 잔소리를 피해 아예 고향 방문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상당하다. 온라인 상에는 일명 '잔소리 메뉴판'까지 나돌고, 특히 올해는 잔소리 메뉴판이 프링팅된 티셔츠까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잔소리 메뉴판'은 잔소리 스트레스 지수를 가격 등급으로 나타낸 것으로, 질문에 따라 몇만 원부터 수십만 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메뉴판에는 '잔소리 할 거면 돈부터 주시고', '잔소리는 유료 서비스로 전환됐으니 선결제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등의 안내문구도 함께 적혀있다.
왼쪽은 2017년, 오른쪽은 2024년 2월 온라인 상에 등장해 화제가 됐던 명절 잔소리 메뉴판. |
2017년과 2024년의 메뉴판을 비교해봤더니 ▲'대학은 어디로 갈거니?' 5만원(2017년)→10만원(2024년) ▲'취업은 언제 하니?' 15만원(2017년)→15만원(2024년) ▲'애인은 있니?' 10만원(2017년)→10만원(2024년) ▲'살 좀 빼야겠다' 10만원(2017년)→10만원(2024년) ▲'연봉은 얼마?' 20만원(2017년)→50만원(2024년) ▲'슬슬 결혼해야지?' 30만원(2017년)→30만원(2024년)으로 책정돼 있어 7여 년 세월에도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모습이다.
왼쪽은 2018년, 오른쪽은 2023년 9월 온라인 상에 등장해 화제가 됐던 명절 잔소리 메뉴판. |
이번 추석에 '잔소리 3단 콤보'(취업 준비는 하고 있니?→애인은 있고?→슬슬 결혼해야지?)를 할 계획이라면 총 55만원(올해 설날 메뉴판 기준)의 비용을 미리 준비해야 할 듯하다.
'잔소리를 하려면 돈부터 내라'는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 속에는 명절에 잔소리를 들으며 상처받는 이들의 고충과 함께 사적인 부분을 간섭받기 싫어하는 젊은 층의 개인주의적 심리도 녹아 있는 것이다.
이번 추석은 서로 기분 상하는 잔소리로 세대 간 앙금을 쌓기보다는, 따뜻한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는 '가족의 정'을 나누는 슬기로운 명절이 되길 바란다.
현옥란 기자 seve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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