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기획] 연휴에도 일상은 계속… 떠나지 않고 자리 지키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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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기획] 연휴에도 일상은 계속… 떠나지 않고 자리 지키는 이들

명절 기간 시민 안전 위해 출동하는 경찰·소방
의료 대란 속 24시간 응급실 문을 여는 병원도
공휴일도 근무하는 경비원… 쉴 수없는 취준생

  • 승인 2024-09-12 18:13
  • 신문게재 2024-09-13 1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저마다 이유는 다양하다. 경찰과 소방은 안전한 명절을 위한 사명으로 근무하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의료진과 꿈을 이루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청년들도 있다. 법적으로 공휴일 휴무를 보장해주지 않아 일을 해야만 하는 근로자들이 있는 반면 동료들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희생을 자처한 이들도 있다. 중도일보는 추석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경찰
대전 중부서 남대전지구대 이종일 경감(사진 왼쪽)이 추석 연휴 근무를 앞두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대전 중부경찰서 남대전지구대 이종일(57) 경감은 추석에도 가족과의 시간 대신 시민을 위한 희생을 택했다. 순찰팀장인 그는 안전사고, 화재, 응급상황, 대형사고 등 사건 현장에 직접 출동해 팀원들을 지휘하고 안전조치를 한다.

명절 연휴에는 신고 건수가 1.5배가량 증가한다. 특히 가정폭력 사건은 평소보다 2배 더 발생한다. 그는 명절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으로 몇 년 전 추석 연휴에 출동한 변사사건을 언급했다. 묘지에 사람 셋이 누워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니, 자녀들이 부모 산소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태였다. 이 경감은 "화목해야 할 명절 연휴에 가정 내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안전과 각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 후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많다"라며 "음주운전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
이강령 대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소방교는 대전시민들에게 연휴 안전 사고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대전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이강령(30) 소방교는 시민들에게 이번 연휴 안전사고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벌초할 때 벌에 쏘이고 뱀에 물리거나 예초기 사고, 장거리 교통량 증가로 졸음운전 사고, 장시간 집을 비운 사이 전기 화재가 빈번히 발생한다"며 "전기 화재는 합선으로 인한 2차 사고 위험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는 빼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전공의 사직으로 환자 수용이 어려운 병원들이 늘면서 소방당국의 긴장도 높아진 상태다. 그간 대전에 병원이 부족해 청주나 익산 등의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응급실 뺑뺑이' 사태로 타지 이송 건수가 많아지고 거리도 더 멀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소방교는 "지난번 대전에서 팔 부위 골절환자가 발생했는데 대전 내에 받아줄 수 있는 정형외과 의사가 없어서 부상 당한 상태로 평택까지 이동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응급실 대란까지 일어나면서 경증이나 비응급환자는 응급실보단 24시간 당직병의원 이용이 권고되는 상황이다. 이 소방교는 "만약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신다면 '응급의료포털'에서 지역별로 운영하는 병원을 찾을 수 있다"며 "'대전119종합상황실'이라는 채널명으로 카카오톡 채널도 운영하고 있으니 소방에 병원문의를 주시면 언제든지 도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신재준 대전화병원장은 추석 연휴에도 병원 응급실을 24시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 대란 속 대전의 화상 전담병원인 대전화병원은 추석 연휴에도 24시간 응급실 진료를 이어가기로 했다. 추석에는 부침개나 탕을 끓이는 일이 많아 화상 환자도 평소 대비 3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재준 대전화병원장은 "지역에 화상전담병원이 하나밖에 없다 보니 저희가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추석 연휴 화상 환자가 찾아갈 곳이 없게 된다"며 "저도 추석 당일 당직을 설 예정인데 동참하는 병원 직원들께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화상 부위에 물집이 잡힐 정도라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신 원장은 "화상으로 피부가 붉게 변한 부위에 소주를 붓거나 약국에서 받은 아무 연고를 바르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며 "얼음을 대는 것은 화상 피부에 큰 자극이어서 적절치 않고 깨끗한 온수로 식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한 화상은 진물이나 물집 현상도 관찰되지 않아 환자들이 자신의 화상을 가볍게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화상을 입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초기처치를 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경비
강영도 경비원은 추석 연휴에도 아파트 순찰과 방범 업무를 이어간다.
대덕구 송촌동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원인 강영도(63)씨도 추석 연휴에 아파트를 지킨다. 24시간 격일제로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명절에도 예외는 없다. 경비원은 감시 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돼 법적으로 점심시간 등 휴게 시간은 물론, 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 공휴일에 일해도 일반 근로자처럼 가산수당은 받지 못한다. 추석 당일에 쉬지 못해 가족조차 못 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강 씨는 경비원으로서 직업적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그는 출근할 때 가족에게 "일하러 간다"는 말 대신 "아파트를 보살피러 간다"고 말한다. 강 씨는 "나이 들어서 직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소중하지만, 우리가 휴일에도 일하는 것은 사회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 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지 내 2개 동을 관리하는 그는 아침 6시에 출근해 매시간 순찰은 기본. 주차 관리, 낙엽 처리 등 환경미화, 등굣길 교통정리, 분리수거 등 여러 업무를 한다. 명절에는 외지인 방문이 많다 보니 주차난 관리와 방범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는 "고령화 사회라 아파트 단지 내에 어르신 중에 몸이 불편한 분들이 많고, 집을 못 찾으시는 분들도 많다"며 "어르신들을 댁에 모셔드리고 도와드릴 때, 그리고 아침 등굣길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정리를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취준생
소방공무원을 꿈꾸는 이영찬 씨는 합격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시험 준비에 매진한다.
미래에 소방관을 꿈꾸는 취업준비생 이영찬(27)씨도 이번 명절을 홀로 보내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 씨는 대학 졸업 후 2년째 가족들과 명절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시험 준비 과정은 녹록지 않다. 이 씨는 명절이면 친척들과 성묘도 가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가족애를 느꼈지만, 지난해부터는 홀로 명절을 보내고 있다. 명절에 쉬게 되면 그동안 다잡은 마음가짐이 무너질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다른 시험 준비생들과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들 이씨가 놓인 상황을 이해해주고 마음을 모아 응원해주고 있다. 이 씨는 "죄송스러운 마음을 원동력 삼아 더 열심히 준비해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장은 못 보지만 내년엔 꼭 합격해서 소방 제복을 입고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겠다"고 덧붙였다.


사회과학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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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추석에는 어떤 TV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방영됐을까? 다채널 시대인 요즘도 명절을 전후해 영화 개봉작을 비롯해 '아이돌 체육대회'등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 휴일을 맞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다. 유튜브나 SNS 등 손안의 미디어가 확대되면서 과거에 비해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진 않지만, 추석 연휴 안방극장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흥밋거리다. 1995년 추석은 9월 9일이었다. 당시 중도일보는 9월 8일자 지면 11면과 12면 2개면에 추석연휴 TV프로그램 편성표를 실었다. 종합편성 채널이 없었던 당시에는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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