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제공) |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월보다 9조 3000억 원 증가한 1130조 원으로 조사됐다. 전월의 증가 수준(5조 4000억 원)보다 72.2%가량 폭증한 것으로. 이는 기준금리 연 0.5% 시절인 2021년 7월(9조 7000억 원) 이후 최대치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담대는 2004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인 8조 2000억 원이 늘어 890조 6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대전·세종·충남의 주담대 증가세도 전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지역 주담대 잔액증감 수치는 2023년 5월 -1026억 원, 6월 -130억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5월에는 +3673억 원, 6월은 +1237억 원을 기록했다. 6월 말 기준 주담대 총 잔액은 43조 1380억 원이다. 주담대가 폭증하기 시작한 7~8월의 변동성을 반영하면 이보다 더 큰 증가폭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연기도 주담대 수요 폭증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는 당초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9월로 두 달 미뤄지면서 주담대에 급격한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향후 가계대출 증가폭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주담대를 미리 소화한 만큼 9월엔 수요가 진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차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소폭 둔화하고 거래량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다소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8월의 일시적 증가 요인도 사라지는 점도 9월 가계대출 증가폭 축소를 예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향후 내수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비용의 부담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줄면, 가계의 소비도 급감해 자금 순환이 경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에서는 각종 소비지표가 크게 위축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전지역 백화점 판매액지수는 올해 6월(2.7%)과 비교해 7월(-3.2%) 감소로 전환하고, 같은 기간 대형마트의 감소 폭도 -1.3%에서 -9.7%로 확대했다. 같은 기간 세종지역의 대형소매점 판매는 7월 -2.9%로 감소 전환했고, 충남지역도 부진(6월, 0.7%→7월, -4.2%)을 면치 못했다.
국제결제은행(BI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부채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빚을 내서 소비를 늘리면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상환과 이자 지급 부담 때문에 미래 성장 잠재력이 약화한다"며 "한국과 중국의 경우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 선을 웃돌면서 경제성장률도 정점을 찍어 '역 유자형' 곡선과 일치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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