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후위기에 녹조 갈수록 심각... 관심과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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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기후위기에 녹조 갈수록 심각... 관심과 관리 필요

오염원 차단 주력해야... 모니터링 통한 관리 체계 구축해야
정수 처리 과정으로 녹조 유해 물질 완벽 제거

  • 승인 2024-09-11 16:52
  • 수정 2024-09-12 09:40
  • 신문게재 2024-09-12 2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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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문의 취수탑 인근의 수초섬 모습. 사진은 이상문 기자
#. 추석을 일주일 앞뒀지만,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지속된 10일 오전 11시. 배를 타고 450만 충청권의 먹는 물을 담고 있는 대청호 문의 취수탑을 찾았다. 배 밑으로 흐르는 대청호는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물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초록색 알갱이들이 둥둥 떠 다녔다.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세포다. 수역 가장자리는 녹조가 더욱 뚜렷이 보였다. 진한 초록빛 때문에 물의 깊이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올 여름 녹조 현상은 유독 심하다. 보통 매년 8월에는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34개 댐 가운데 2~4곳에서 녹조 '경계'가 발령됐지만, 올해는 댐 5곳에서 녹조 '경계'(8월 5주 차 기준)가 내려졌다. 녹조 발생은 유해 남조류 세포수가 ㎖당 1천 이상이면 '관심', 1만 이상이면 '경계', 100만 이상이면 '대발생' 3단계로 나눠진다. 이날 대청호 문의취수탑을 방문할 당시에도 '경계'단계였다.

올해는 장마철에 집중호우가 이어진 후 역대급 폭염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장마 이후 비도 많이 오지 않아 녹조 피해가 더 커졌다.

환경단체들은 녹조 심화 요인으로 '댐과 보'를 지목한다. 물을 가두면 유속이 느리고, 수온이 상승해 녹조가 더 심화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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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려다본 대청호 물 모습. 녹조를 발생시키는 남조류세포가 보인다. 사진은 이상문 기자.
이날 함께 대청호를 찾은 조영철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녹조 주 원인으로 오염원을 꼽았다. 생활·공장 폐수와 농장·축산 폐수 등의 오염 물질에 녹조의 원인을 제공하는 질소와 인 등의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인은 남세균을 유발하고, 질소는 성장을 촉진한다. 이로 인해 영양분이 과하게 공급돼 조류가 번식하는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조 교수는 "환경부가 정한 규정에 따라 녹조를 분석한 결과 기준 이상의 독소가 검출된 경우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오염원이 녹조의 가장 큰 원인이다. 녹조를 최대한 저감하면서, 인체에 유해한 오염 물질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조'가 기승을 부리자 '먹는 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계 수준의 녹조가 발생해도 먹는 물에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수 과정을 거쳐 인체에 해로운 요소들이 모두 제거되기 때문이다.

취수탑 인근 설치된 수초섬이 눈에 들어왔다. 수초섬에는 꽃창포, 노랑꽃창포, 갈대로 등과 같은 수생식물이 식재돼 오염물질을 흡수·분해하는 자정작용을 하면서 수질을 개선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수공은 정수장 원수(原水)에 대한 녹조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녹조제거선으로 직접 수거하는 한편 취수탑 주변에 조류 차단막을 설치하고, 깊은 수심에서 물을 선택 취수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9월 5일 기준 대청호 문의지점의 유해남조류는 환경부가 정한 조류경보제 조사기준에 따라 측정한 결과 2만8860세포수/mL이었으나, 취수탑 주변 녹조대책 및 하류 취수 수계전환을 통해 취수돼 정수장으로 들어가는 물의 유해남조류는 692세포수/mL로 낮은 수준이다. 또한, 최근 환경단체에서 우려하고 있는 조류독소(마이크로시스틴)도 9월초 측정결과 문의지점은 2.3ppb으로 검출됐으나, 정수처리를 거친 먹는물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조류독소 기준치를 먹는물에 대해서는 1ppb이하, 정수처리 전 상수원수에 대한 기준치는 없으며 물놀이 활동을 하는 친수구간에 대해서는 24ppb이하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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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정수장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는 정수 처리 모습. 사진은 이상문 기자
대청호에 이어 방문한 K-water 청주정수장에서는 '깨끗한 물'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현도 1·2취수장에서 끌어 온 물에 분말활성탄을 투입해 용존된 독소와 냄새를 제거하고, 응집제를 투여해 부유물을 바닥에 가라앉힌다. 이후 모래·자갈 필터를 통과하면서 다시 한번 불순물을 걸러냈다. 마지막으로 소독 차원에서 염소를 물에 투여하면 정수가 완료됐다. 정수 과정도 국가공인 먹는물 법정검사기관에서 철저히 모니터링 되고 있었다.

몸에 유해한 독소 물질 6종은 물론 흙냄새와 곰팡이 냄새 등을 유발하는 성분인 지오스민과 2-MIB도 철저히 검사했다.

정수 과정을 함께 본 이창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수돗물을 만드는 원수에 조류독소가 포함돼 있더라도 정수처리 과정에서 제거된다"면서 "남조류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독성물질은 마이크로시스틴인데 분말활성탄에 의해 흡착되어 제거될 수 있고, 염소나 오존을 만나면 효과적으로 분해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녹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환경단체가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지속적인 관심과 건설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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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검사센터에서 녹조를 검사하는 모습. 사진은 수자원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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