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잘 알다시피 한국은 경제 규모에서 세계 12위로 구미 선진국들보다는 약간 뒤처지지만, 경제적으로 비교적 잘 사는 국가군(群)에 속해 있다. 또한 민주주의 지수가 세계 22위에 점할 정도로 '완전한 민주주의국가'군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국민의 행복도는 경제와 민주주의 수준에 걸맞지 않게 낮게 나타난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2021년 5.845점(세계 62위), 2022년 5.935점(59위), 2023년 5.951점(57위), 2024년 6.058점(52위)으로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행복지수는 객관적인 정량지표와 주관적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도출되기 때문에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가 강한 동북아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참고로 2024년 일본은 6.060점(세계 51위)으로, 중국은 5.973점(60위)으로 한국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집단주의의 영향보다는 심화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나 돌파구 없는 정치 사회적 갈등이 실질적인 행복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명절이 되면 기쁘기보다는 스트레스나 증후군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행복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풍성하고 넉넉한 덕담을 나누는 것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추론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이와 관련된 한 연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리서치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의뢰한 「한국인의 울분과 사회·심리적 웰빙 관리 방안을 위한 조사」(8월 27일 발표)에 따르면, 국민 49.2%가 부당하고, 모욕적이고, 신념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지는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의미하는 울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가 부정적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정치적·사회적 사안들, 즉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 언론의 침묵·왜곡·편파 보도, 안전관리 부실로 초래된 참사, 납세의무 위반 등에 대해 4점(매우 울분) 척도에서 3.53점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세상의 불공정함과 그것을 해결하리라 믿었던 사회지도층이나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배신감이 극단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지만, 정치 사회적 갈등은 행위 주체들이나 이해당사자들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그리고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발휘를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양극화 문제도 점진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치지도자의 상생적이고 통합적인 리더십은 적대적이고 배제적인 정치문화나 정치제도가 정치적 갈등을 양산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지도자들은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협량함을 버리고 절영지연(絶纓之宴)과 같은 포용력을 발산하기를 바란다.
마찬가지로 충청권 지방정부의 수장도 시대적 가치와 과제가 다양성과 통합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지방의회와 시민사회단체들과 더욱 소통하고 협치해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특히 예산국회를 앞둔 지금, 소속 정당이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디 올해 추석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과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격려의 말이 널리 퍼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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