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회덕 변방에서 도시로' 대전의 시작은 "경부선과 대전역"

  • 사회/교육
  • 이슈&화제

'공주와 회덕 변방에서 도시로' 대전의 시작은 "경부선과 대전역"

대전시 주최 '대전역사문화 학술대회'서 발표돼
대전역 개설과 일본인 이주를 대전 큰사건으로
"회덕·공주의 경계에서 지금의 대전 되는 시작"
대전 성장 과정으로 보는 현 역사서술과는 달라

  • 승인 2024-09-09 08:44
  • 신문게재 2024-09-09 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9777
대전시가 6일 철도보급창고에서 개최한 '대전역사문화 학술대회'에서 전체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천이 흐르고 보문산을 바라보는 저지대에 경부선 기차 정거장이 놓이고 일본인들이 정착하면서 기존의 전통질서와 다른 대전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인이 먼저 정착해 1914년 행정단위로 지정된 대전면(1.26㎢)이 광역시 대전의 시작으로 볼 수 있고 오히려 이곳에 조선인이 유입됐다는 주장인데, 회덕과 유성에 뿌리를 두고 경부선 철도 개설은 대전이 성장하는 과정으로 바라본 지금의 역사 서술과 결이 다르다.

대전시가 9월 6일 동구 신안동 철도보급창고에서 개최한 '제5회 대전역사문화 학술대회'에서 광역도시를 이룬 대전이 시작된 것은 경부선 대전역 개통과 일본인 정착에서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04년 6월 준공 이래 대전역 120년을 맞는 해에 마련된 이날 학술대회는 허부문 전 전주대 교수와 한상철 목원대 교수, 위경혜 전남대 교수 등이 대중가요를 비롯해 문학, 극장에서 다뤄진 대전역을 조사해 발표하고 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과 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이어졌다. 방청객 30여 명이 지켜보고 3시간 30분간 진행된 발제와 토론은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이날 고윤수 시 학예연구사는 '대전의 기원과 대전역'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아 경부선과 대전역이 놓이고 일본인의 정착하는 과정을 하나의 사건이 되어 대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그는 1904년 대전에 정착한 재조일본인 쓰지 긴노스케를 조사하고 '식민도시 대전의 기원과 도시 공간의 형성' 등의 여러 논문으로 일제강점기 대전을 비춘 바 있다. 고 학예연구사는 이날 발제를 통해 1921년 대전실업협회가 발행한 '충남산업지'와 쓰지 긴노스케의 아들 쓰지 만타로가 1978년 지은 자서전에서 경부선 철도가 개설될 때 대전은 삭막한 한촌이자 황량한 산야이었다고 서술한 부분을 인용했다. 또 대전역의 위치가 당시 전통적 행정구역에서는 공주의 끝이자 회덕의 변경으로 대전천변은 행정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 사람도 거의 살지 않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곳에 역이 세워지고 일본인들이 정착하면서 근대도시로서의 대전이 출발하는 중요한 동인이었다고 주장했다. 1904년 대전역이 준공하고 일본인 188명이 대전역 부지와 그 주변에 거주한 것을 시작으로 1910년까지 대전에 일본인은 연평균 76% 증가해 1914년 대전역과 대전시장 주변의 일본인 거류지를 대전면으로 지정하면서 회덕이나 공주와 다른 대전이 시작했다는 설명이었다.

대전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조선과 고려시대 유성·회덕·진잠을 대전의 역사로 소개하고 있으며, 1994년 발행한 '대전지명지'에서도 1895년 회덕군 산내면의 대전리 행정지명으로 처음 등장해 대전역이 설치되면서 급격히 발전을 이뤘다고 역사를 기술하고 있을 뿐, 대전역과 일본인 정착을 시작으로 서술하지 않고 있다.



고윤수 학예연구사는 이날 발표에서 "지명이 나오는 때부터 지금의 대전이 존재했다는 생각은 주의할 관점으로, 대전천을 상류 강변에 5일 간격의 시장이 있었고 그곳에 조선인이 거주했다는 것은 그들이 이주민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라며 "지금 대전을 이루는 모든 공간과 역사를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경부선 대전역 개통과 일본인들의 정착지가 대전면으로 지정되어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대전이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방청객 중 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한 한 인사는 "처음 접하는 역사 이야기인데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라고 기자에게 설명했고, 사회를 맡아 참여한 이성우 충남대 연구교수는 "간과되는 것들이 있고 대전면에 대한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현장에서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