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심희숙 예뻐뽀어린이집 원장은 평생 어린이집 원아들과 함께 살아온 덕에 마음도 외모도 해맑고 순수하다. 학업에도 열중해 유아교육과 졸업 후 사회복지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마친 뒤 후학들을 양성한데 이어 사회활동도 열심히 해서 한자녀 더 갖기 대전 서구 지부장과 아이코리아 대전서구지부장, 서구가정어린이집연합회 회장, 대전시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서구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공익적인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에 심희숙 원장을 만나 아름답고 보람있게 삶을 가꾸어 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심 원장님께서는 서구 복수동에서 예뻐뽀 어린이집을 16년째 운영해 오셨는데요. 가정어린이집도 13년을 운영하셔서 근 30년간 아이들과 함께 살아오셨네요.
▲예. 제가 아기 낳고 3년 뒤부터 일을 시작했는데요. 아기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가정어린이집을 시작하게 된거죠. 저는 경성큰마을 아파트에서 '경성 심선생' 가정어린이집으로 보육사업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가정어린이집을 13년간 운영하면서 가정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을 하며 당시 40개소이던 가정어린이집이 제가 4년 회장 하는 동안 거의 300개소로 늘었습니다.저는 그 때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나 재밌어서 최선을 다해 일했죠. 제가 결혼 전 교회에서 고등부때부터 근 10년동안 유치부 교사를 했죠. 이 영향으로 대학의 유아교육과를 가게 된 것 같아요.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중 영유아보육사업 책자를 보다보니 종교단체나 학교법인이나 개인도 자기 땅을 20년간 무상임대해주면 국공립 운영권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보고 그때 당시 파라다이스처럼 보이던 국공립어린이집을 운영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예뻐뽀 어린이집 명칭은 고 가기산 전 서구청장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데요. '예뻐서 뽀뽀해주고 싶은 아이로 키우기'라는 의미입니다. 예뻐뽀가 초창기에 차량운행을 할 때는 대기자가 200명에서 300명 가까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저희 어린이집 원훈은 ‘긍정적이고 창의적이며 배려할 줄 아는 어린이’입니다. 아이들을 늘 사랑으로 교육하고자 합니다. 열린 어린이집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어린이집이고 텃밭활동과 숲체험을 통해 자연을 통해 놀이중심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풀무원에서 새벽 배송을 받고 서구급식관리지원센터의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알레르기를 고려한 저염식 건강식단으로 아이들을 먹이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원장님,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통합되는 유보통합이 이뤄졌지요? 이에 대해 말씀해주실까요?
▲예, 교육부 소속인 유치원과 보건복지부 소속인 어린이집이 교육부로 통합되면서 한 지붕 두 가족이 되었습니다. 2025년까지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유보통합이 이뤄져 유아학교(가칭)로 통합돼 운영됩니다. 저출생 국가가 되어 아이들 수가 점점 줄어들다 보니 유치원, 어린이집 개소 수가 계속 줄고 있는 현실입니다. 미래의 꿈나무들인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 정치적인 면을 떠나 보다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에서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보다 질적 성장을 위한 지원에 힘써 주셔야 된다고 봅니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들도 행복한 것처럼 원에서는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봅니다. 교사들의 복지나 처우 개선이 우선시 되어야 하고, 어린이집 원장이 행정과 회계도 해야 하는 현실적 상황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체계가 구축되어야 보다 질 높은 보육과 교육이 되리라 사료됩니다.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유보통합이 실현돼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지원받고 교육 받으며 권리를 누리는 놀이중심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커지는 교실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원장님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압니다. 신앙이 바탕이 되어 감사하는 생활이 일상이 되신 듯 합니다.
▲예 제가 모태신앙인데요. 어릴 때부터 엄마를 따라 교회를 다녔지요. 대전에 와서는 한빛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담임목사님 백용현 목사님은 '기도가 답이다'라는 주제로 50일 기도학교 책자를 통해 기도운동을 시작하셨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숨 쉬는 것처럼 기도도 당연히 하는 거지만 진정한 기도방법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 기쁩니다.
늘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하고 느끼며,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길을 가면서 하나님을 의지하고, 가족을 위해 기도하면서 지금까지 잘 지내온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삶의 여정에 있어서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려고 합니다.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게 감사드릴 일이죠. 제가 좋아하는 골프와 파크골프, 필라테스 등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것도 감사하고, 뮤지컬을 좋아하다 보니 같이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친구들과 열심히 살아오면서 좋은 삶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뒤돌아보면 제 석,박사 지도교수님인 대전대 노병일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박사과정으로 인도해 주시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도 8년 동안 대전대 사회복지학과와 대덕대, 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강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노병일 교수님의 박사 제자들로 구성된 ‘유섭회’ 모임을 통해 사진전과 사회복지 관련 저서를 집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심에 늘 감사와 존경하는 맘 가득합니다.
30년 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너무나 힘들게 하는 학부모와 교사가 없었다는 점도 감사할 일입니다. 세대가 다른 젊은 교사들에게는 늘 의견을 묻고, '서번트리더십'으로 섬기려 노력합니다. 각 가정의 니즈가 다 다르고 원아들의 욕구도 다르다 보니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부모님들의 목소리와 의견에 귀 기울이고, 사랑으로 보육하고 키우려 노력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눈빛을 바라보며 반응적 상호작용으로 보다 질 높은 교육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선천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이라서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밑바탕 삼아 마음에 있는 것을 기도를 통해 다 털어놓다 보니 앙금이 남는 게 없습니다. 요즘은 어린이집과 아이들을 위한 기도의 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뻐뽀어린이집에 오는 모든 아이들의 가정에 축복이 넘치길 기도 하고 모든 아이들 한명 한명 보석처럼 귀하고 빛나는 아이가 되도록, 사랑이 넘치는 어린이집이 되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원장님은 예체능에 능하시고 다재다능하신 듯 합니다. 가족의 영향이 크신 듯 한데요. 가족 이야기도 들려주실까요?
▲무대 연출 감독이셨고 연극을 전공하신 막내 오빠의 영향을 받아 학창시절부터 뮤지컬을 많이 봤습니다. 뮤지컬 '레베카' 같은 경우는 5번은 본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제가 그림을 좋아해 미술 시간에 수채화를 즐겨 그렸고, 시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해 많이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시상이 떠오르면 시도 쓰고, 그림도 그렸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곡성에서 서울로 전학 왔는데 피부도 뽀얗고 눈도 머리도 갈색이고 귀엽게 생겼다고 학교에서 별명이 ‘심청이’,‘하얀 토끼’로 불렸습니다. 키가 작아 앞줄에 앉으니 선생님들이 귀여워 해주셨고 친구들이 친해지고 싶어하는 존재였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현재 96세신데 지금도 성경책을 읽으시고 정신이 맑으십니다.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이렇게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들어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더 있을까 싶습니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저 스스로 건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한복집에 갔다가 한복집 여사장님이 사촌 조카를 소개시켜 주셔서 결혼하게 되었는데요, 서울에서 유치원 교사 3년차 근무 중 27세에 결혼해 대전 내려와 살게 됐네요.
61년 경북 상주 출생인 제 남편은 김천고와 충남대 화학과에서 장학금 받으며 학사, 석사, 박사를 한 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8개 연구단 사업을 하며 K9 자주포 연구사업도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연구에만 열중한 성실한 사람인데 10 년 전 지병으로 작고했습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는 같이 산에 많이 다녔고, 1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사별 후 남편이 연구했던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커미션으로 남편의 모교인 충남대 화학과에 남편 이름으로 장학금을 기부해왔습니다.
아들들도 군무원과 대위로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고, 큰 며느리는 미군부대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작은 며느리는 도안동에서 키즈풀 '풀마망'을 운영하는데 가족단위의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부모로서 저는 자식들에게 부담되지 않게 건강 잘 챙기고 제 삶을 즐기면서 살려고 노력합니다.
-심 원장님은 많은 사회활동을 해오신 줄 압니다.
▲예, 한자녀 더갖기 서구지회장과 아이코리아 서구 지회장도 역임했습니다. 가정어린이집연합회 서구회장과 대전연합회장도 정말 열심히 했네요. 모든 일에는 원칙과 회칙과 룰이 있는 법이죠.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른 경우들을 많이 보아왔어요. 저는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사람 좋아하고 일 좋아하니 평생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 좋아하고 분위기 좋아하고 어울렁 더울렁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이죠. 민주평통 서구 자문위원으로도 오랫동안 활동해왔는데요.
최근에는 민주평통 회원들과 함께 백두산에 다녀왔습니다. 통일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었죠. 백두산에 가서 주일을 맞아 크리스천들끼리 예배를 드리는데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말씀이 많이 와닿더군요. 살다 보면 너무 나 속박이 많잖아요. 교회 다니면서 지나티게 율법적인 것도 많고요.
백두산을 가니 2008년 민주평통에서 개성을 다녀왔던 기억이 나더군요. 그 당시 어린아이의 간절하고 선연한 눈빛을 보면서 역사의 파노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통일은 꼭 되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적으로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념을 떠나 아이의 눈빛을 많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원장님, 가장 큰 보람이 있다면 뭘까요?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지요.
▲아이들 자체가 순수한데요. 이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평생을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게 큰 보람이고 기쁨입니다.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 순수한 눈빛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게 행복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관심과 사랑밖에 없습니다. 내 아이를 기준으로 보면 답이 나옵니다.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가야 될 곳도 많았는데 이제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은퇴 후엔 재능기부와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요. 하나님이 저를 이 땅에 세워주셨는데 봉사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소용없으니까 스트레스 관리 잘 하면서 봉사해야죠.
스트레스를 없애려면 욕심을 버리면 됩니다. 나이 먹으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습니다. 입은 다물고 많이 베풀며 살라는 말씀이겠죠. 지금까지 지내온 것도 주님의 은혜입니다. 하루하루 모든 게 감사입니다. 앞으로도 감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저는 대전어린이집연합회 국공립분과 고문으로서 언니 같은 따뜻함을 바탕으로 후배 원장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주고 싶습니다. 어린이집 운영의 노하우를 원하는 분들에게 전수해주고 순수하게 오픈하고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이 주고 싶고, 상식과 법리에 맞게 살면서 욕심을 버리고 회원들의 행복과 화합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담, 정리 한성일 편집위원(국장) hansung007@
-심희숙 원장은 누구?
▲63년 전남 곡성 출생. 서울 송곡여고, 덕성여대 유아교육학과,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석사,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박사 졸업. 한 자녀 더 갖기 대전 서구 지부장 역임. 아이코리아 대전서구지부장 역임.서구가정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역임. 대전시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역임. 현재 서구 민주평통 자문위원, 국공립 예뻐뽀어린이집 원장으로 활동 중.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 박사 논문 ‘아동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2011), <전국 국공립 보육인이 말하는 원장다움>(어가출판.2019), <나무상상이야기 꾸러미-놀이터 마녀>(대전시공원관리사업소.2022), <사회복지현장의 살맛 나는 세상-아동복지와 교육>(양성원.(2022),<청소년 심리 및 상담>(양성원.202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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