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에서 말하는 이상적 인간상은 궁극적으로 성인이다. 성인은 지고지순한 완전체여서 탈인간적이다. 인간에 보다 근접한 현실적 이상상이 '군자(君子)'이다. 군자에 대한 언급이 워낙 많아, 그마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대체적으로 정리해 보면,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것이다. 그를 바탕으로 세상에 참여, 하늘의 뜻을 실현코자 천인합일을 추구하여 나라와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곧 지도자상이기도 하다.
군자학이 아니라도 자신을 바르게 만들어 가려, 누구나 부단히 노력 한다. 유독 정치인만 게을리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정치적 술수만 있고, 공동선이랄까, 추구하는 이상은 없어 보인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이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오감으로 배웠다 해도 내 것으로 만드는 내면화 과정이 없으면 공부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알지 못하면 안목이 없어 꿈이 작아지거나 갖지 못한다. 꿈이 만들어져도 그를 살찌우고 알차게 실현시키려는 공부와 노력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이 둘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조금만 성찰이 있어도, 약간의 이상만 준비해도, 지금과 같은 정치판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를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어느 때 보다 중요시 되는 것이 더불어 사는 것이요, 아름답게 어울리는 조화로운 집단이다. 그럼에도, 요즈음 도드라지는 것은 극단적 편당이다. 더욱이 그 속에는 사생결단만 있을 뿐, 작은 정의나 사랑도 없어 보인다. 당파적 이익, 권력탈취에만 몰두한다. 그 방법도 거짓, 조작, 꼼수, 막말로 점철되어있다. 다시 위정편을 보자. "군자는 여러 사람과 조화로우면서도 당파를 이루지 않고, 소인은 당파 형성으로 여러 사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지나친 이상향일 수 있지만, 바르고 정의로운 사람에게는 당파가 필요 하지 않다. 군자는 붕당이 마련된다 해도, 상호 도움으로 힘을 보태 효율성 배가와 이상 성취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화롭게 상부상조하려는데 선 긋기가 왜 필요하랴.
정치집단이 그러하다 보니 일반인까지 그에 편승해, 사회전체가 양분된 상황으로 보인다. 정치이야기라도 할라치면 극한 대립, 상호 비방, 편당만 있다.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공중분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특정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무리나 문화현상을 '팬덤'이라 부른다. 이것이 정치와 유착되어 '팬덤정치'란 말이 부상한다. 필자는 정치 팬덤은 일반 팬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일반 팬덤은 소비 팬덤이라서 개개인의 개성, 다름이 존중되지만 정치 팬덤은 그것이 인정되지 않는다. 둘째로 미디어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일반 팬덤과 달리 지속시간이 짧다. 일반 팬덤은 성패를 따지지 않고 더불어 즐긴다. 정치 팬덤은 즐기기보다 승리에 매달린다. 패배와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착각하는 것이 있다. 조직에 대한 이해의 부재다. 조직은 일반적으로 삼등분하여 설명한다. 꼭 필요한 부류, 있으나 마나 한 부류, 불필요하거나 방해되는 부류이다. 능동적이고 뛰어난 인재, 그저 그런 계층, 게으른 사람으로 말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집단, 중간, 싫어하는 것의 비율이다. 질적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구성비는 크게 차이가 없다 한다. 지도자 역할은 전체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지, 구성비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특정부류를 제거해도 그 부류가 구성비만큼 다시 만들어진다는 것이 조직이론이다. 개미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2:6:2의 구성비다. 우리 정치판에 대한 국민 성향도 극렬 지지층으로 볼 때 유사한 일정 구성비가 있다는 생각이다. 중간층으로 분류되는 무리 중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참여하는 중도 층에 의해 선거 결과가 좌우된다. 팬덤으론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전체를 외면하고, 집토끼니 뭐니 하면서 팬덤에 매달린다.
바르지 못한 것, 무지한 것에 대해 두려워해야 한다. 같은 책 계씨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두려워해야 할 일이 있다. 천명(天命)을 두려워해야 하고, 위대한 성인(聖人)을 두려워해야 하며,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해야 한다. 소인은 천명을 알지 못하여 두려워하지 않고, 위대한 성인에게 함부로 대하며,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특히 스스로 지도자라 생각한다면 더욱 두려워 할 일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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