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대전시의회 의원 일동. |
당장 지역 여성·시민사회단체와 야권으로부터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거센 가운데 의원단 안에서도 징계안 부결을 놓고 갈등이 점화되고 있다.
명백한 품위유지 위반으로 제명이 마땅하단 주장과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제명은 섣부르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으나, 결국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그들만의 의회'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전시의회는 4일 제281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어 송 의원에 대한 제명 징계안을 처리했다.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7표, 반대 13표, 기권 1표로 징계안은 부결됐다. 가결에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했다. 때문에 부결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게 점쳐진 게 사실이지만, 실제 부결에 따른 의회 안팎의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
무엇보다 비판의 화살이 의회 전체로 향하면서 대외적 이미지와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지역 여성·시민단체들은 대전시의회를 '성추행 공모자'로 규정하고 "자정 능력을 잃었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도 "성추행 의원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시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자격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의원단 내부 분위기도 얼어붙었다. 징계안 부결의 적절성과 책임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가 하면 윤리특별위원회에서 내린 제명 처분이 본회의에서 뒤집힌 사실을 놓고도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제명 찬성 측은 명백한 품위유지 위반임에도 이를 눈감아줬다는 비판적 인식이 강하다. 송 의원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점, 사안이 지역을 넘어 전국에 알려질 정도로 결코 가볍지 않은 점, 그가 지난해에도 성 추문에 휩싸인 점 등을 종합할 때 제명으로 엄격한 도덕 기준과 윤리의식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이유로 든다. 아직 수사 결과나 사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제명은 너무 섣부른 처분이란 얘기다. 일부는 제명 찬성의 배경에 후반기 원구성 과정이나 그동안 송 의원에게 쌓인 특정 의원들의 개인적 감정이 주관적으로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의심 섞인 관측도 내놓는다.
옳고 그름을 떠나 결과적으로 9대 의회가 시민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제명 대신 출석 정지 등 다른 징계 수위를 결정할 수 있었음에도 사안을 그대로 종결한 건 의회의 낮은 도덕적 인식과 무책임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의회는 5일 집행부를 상대로 시정질문을 진행했다. 대전효문화타운 조성과 보물산 프로젝트 추진(민경배), 도시철도 확장 등 대규모 SOC 공약사업 이행(안경자), 대전 3대 하천 준설 방안(이한영), 0시 축제 향후 발전 방향 모색(김민숙)에 대해 살폈다.
송익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