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놓고 지역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대전상공회의소 전경. |
5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 추진계획의 주요 내용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포인트 인상하고, 국민연금 의무가입 기간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금 고갈 시점을 기존 2056년에서 2072년으로 16년가량 늦출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개혁안에 대전지역 기업들과 시민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연금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지역 경제계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역 내 고용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 탓에 채용을 축소할 경우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연금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월급봉투가 홀쭉해진 근로자들도 냉소적이다.
대전 서구의 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얼마 전 회사 임금이 동결됐는데, 연금보험료까지 오르면 실질임금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에게 부담만 안겨주는 정책이 과연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지역 기업들은 더 민감한 반응이다. 절반씩 분담하는 국민연금 특성상 근로자 개인이 매월 10만 원씩 더 낼 경우, 근로자 10명을 고용한 중소기업은 월 100만 원의 추가 지출 요인이 발생하기 때문. 자칫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경영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도묵 대전세종충남경영자총협회장은 "오늘 뉴스를 보고 앞으로 지역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기업과 개인이 국민건강보험료를 절반씩 분담하고 있는데, 사용자들은 고용된 인원수만큼 부담이 증폭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대표 간에 해마다 정부가 규제나 정책으로 기업들에 부담만 지운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 대전세종본부 관계자는 "아직 정부안일 뿐,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수정·보완 및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만약 국회를 통과해 정부안대로 제도가 시행될 경우, 노동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대표에게도 부담을 주게 되는 만큼 앞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노동계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정년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전날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정년연장만이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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