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김선미 교장선생의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김선미 교장선생의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4-09-05 14:3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KakaoTalk_20240904_071327713
김선미 대전대화초등학교 교장
지난 8월27일 대전대화초등학교 김선미 교장선생의 정년 퇴임식이 있었다. 40여 년간 서울, 대전에서 교사 및 관리직 근무 후 정년퇴직을 하였다. 유성 컨벤션 웨딩홀 별관 7층에서 가족과 학교 교직원, 내빈의 축하를 받으며 진행된 참으로 감명깊은 시간이었다.

특별히 김 교장선생의 자전적 에세이 『천사들과 함께해서 행복했다』 출간 기념식도 있었다. 천사 같은 아이들과 함께했던 지난날들을 가지고 가고 싶어 정리하였다고 한다. 가슴 뭉클했다. 간결한 책 표지는 김 교장 선생의 단아한 성품을 지닌 듯해서 더욱 감동적이다.

김 교장선생은 40년 넘게 시계추처럼 집과 학교를 오가며 살았는데 퇴직하면 갑자기 멈춰서 버린 시계처럼 되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들곤 할 때마다 마음이 울적해졌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을 추슬러 가만히 펼치고 들여다보니 지나온 시간들 켜켜에 진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고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며,

그 기억들은 문자로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담게 되었다. 교직 41년 김 교장선생의 기억을 담은 책 『천사들과 함께해서 행복했다』가 출간된 것이다. 책은 가족과 지인들과 공유하며 추억을 함께 하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 교장선생이 교직을 택한 건 부친의 바람 때문이었다. 여성도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부친의 간곡한 권유로 교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교대에 다니며 학교생활에 권태가 생기면서 '자신이 진로를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졸업 후 서울신도림초등학교를 첫 부임지로 발령받고(1983.9.1.), 교직자로 초등 아이들과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며 부친의 권유를 잘 받아들였다고 여기게 되었다.

김 교장선생이 교직 생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10여 년간 국악 합주를 지도한 것이다. 이 시기는 정말 敎學相長의 시기였다. 각종 국악을 배우면서 한편으로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체력이 바닥이 나서 고생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김 교장선생은 배우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그 당시 대전광역시뿐만 아니라 전국대회에 나가서도 1등을 했다. 그 제자 중에 전공자도 세 명이 있고, 김 교장선생도 자신이 즐기는 음악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그 후 교육과정에 국악이 정말 많이 투입되었고 김 교장선생은 우리 문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퍼뜨리는 데 일조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보람이라면 큰 보람이라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 교장선생은 서울과 대전에서 근무하며 도시 빈민촌에서도, 최상의 엘리트들 자녀들이 있는 학교에서도 근무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마음이 힘들었던 아이들이 늘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잘 자라서 이 사회에 리더가 된 아이들도 있지만, 김 교장선생 마음속에는 그 힘들었던 아이들에 대한 안부가 늘 궁금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울 초임지에서 2학년 담임을 할 때였다. 국정호라는 아이가 유난히 김 교장선생을 잘 따라서 상급 학년에 진급하고도 문제가 생기면 담임선생님들이 아예 그 아이의 생활지도를 김 교장선생에게 맡기곤 하였다니 말이다. 그 아이가 4학년 때 김 교장선생이 지방에서 결혼식을 하였는데, 결혼식에 오겠다는 정호를 그 아이 어머니가 말려서 오지 못하게 되자 생병이 났다.

김 교장선생이 대전에서 신혼생활을 하고 있을 때, 정호 어머니가 아이 상태를 이야기하며 아이와 대전으로 김 교장선생을 보러 왔다. 정호는 김 교장선생 신혼집에서 일주일을 머물다 갔다고 한다.

그 후도 정호는 고교 3년까지 대전에 있는 김 교장선생을 찾아오곤 했는데, 정호가 대학 입학을 하고 소식이 끊어졌다. 김 교장선생은 정호가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성장한 정호가 몹시 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이렇듯 김 교장선생은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며 아쉬움을 남긴 채 정년 퇴임식을 맞게 된 것이다. 그동안 선생님들의 협조와 학부모들의 지원을 받으며 학교 환경에 맞는 적합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지원할 수 있었던 점을 만족하며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과 행복한 미래가 펼쳐지기를 기원하며 김 교장선생은 퇴임식을 마쳤다.

김 교장선생은 앞으로 펼쳐질 미지의 시간이 두렵고 설레기는 하지만 신달자 시인의 〈나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시를 읽고, 자신에 대한 자성예언을 한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아직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나는 내 일에 탐구해야만 하는 나이에 있다. 그리고 모든 것에 초보자의 마음으로 익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나는 김 교장선생의 정년 퇴임을 축하하며 문득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서' 시 한 편을 떠올렸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_중략

그렇다. 사람이 온다는 것, 또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 사람의 일생을 얻는 것이기에 말이다. 김 교장선생님과의 인연도 그렇다. 이제 퇴임을 하면 교정에서가 아닌 음악회에서 반갑게 만나고 싶다. 그동안 바빠서 못다 했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성구청소년수련관 2024 전국 우수 청소년운영위원회 선정… 6년 연속 쾌거
  2. [풍경소리] “다쳐도 좋을 마음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
  3.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경북의 대표 문화공간 <청송야송미술관>
  4. 대전태평중, 대전경찰청과 등굣길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5. "뉴 라이프 웰리스 유성온천"… 유성온천지구 활성화 외국인 팸 투어
  1.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9월16일 월요일
  2. '아~ 식민과 제국의 교차로, 대전역이여' 문학 속 대전정거장은?
  3. 6경기 무패행진 대전하나시티즌…무엇이 달라졌나
  4. [충남 단풍 생태여행지를 소개하다] 5. 성주산 자연휴양림
  5. 산림청, 추석 연휴 산림재난 비상근무… "안전 이상 무"

헤드라인 뉴스


대전오월드서 불꽃놀이 중 화재…부여서 벌초하러 가던 차량 추락사고

대전오월드서 불꽃놀이 중 화재…부여서 벌초하러 가던 차량 추락사고

추석 연휴 기간인 주말 사이 대전과 충남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16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15일 오후 8시 43분께 중구 사정동 오월드에서 불꽃놀이 행사 중 화재가 일어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인력 36명, 장비 13대를 투입해 25분 만에 불을 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꽃놀이 파편이 인근 소나무 가지에 떨어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부여에서는 산에 벌초를 하러 가던 일가족이 탄 차량이 절벽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 충..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돈 잃을 뻔한 70대…경찰·은행이 피해 막아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돈 잃을 뻔한 70대…경찰·은행이 피해 막아

추석을 앞두고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3000만 원을 인출하려던 70대 어르신을 경찰과 은행원이 발견하고 사전에 피해를 막았다. 16일 대전대덕경찰서에 따르면, 70대 노인 A 씨는 지난 9월 12일 국민카드와 금융감독원 직원, 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협박 전화를 받았다. "본인(피해자) 명의로 카드가 발행돼 해외로 1억 7000만 원이 송금된 이력이 있어 불법자금으로 처벌된다며 3000만 원의 카드론 대출을 받으라"는 연락이었다. A 씨는 당일 카드론 대출 신청을 한 후 다음날인 13일 오전 11시께 카드론 대출금을..

추석 맞이 옛날신문 시리즈(2)  `TV편성표로 본 방송 3사의 시청률 전쟁
추석 맞이 옛날신문 시리즈(2) 'TV편성표로 본 방송 3사의 시청률 전쟁

30년 전 추석에는 어떤 TV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방영됐을까? 다채널 시대인 요즘도 명절을 전후해 영화 개봉작을 비롯해 '아이돌 체육대회'등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 휴일을 맞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다. 유튜브나 SNS 등 손안의 미디어가 확대되면서 과거에 비해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진 않지만, 추석 연휴 안방극장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흥밋거리다. 1995년 추석은 9월 9일이었다. 당시 중도일보는 9월 8일자 지면 11면과 12면 2개면에 추석연휴 TV프로그램 편성표를 실었다. 종합편성 채널이 없었던 당시에는 방송..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

  • 이제는 사라진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진 명절 모습

  •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버스전용차로 시행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버스전용차로 시행

  • ‘추석 연휴에도 진료합니다’…대전 5개 보건소 순차적 비상진료 ‘추석 연휴에도 진료합니다’…대전 5개 보건소 순차적 비상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