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84. '피로사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84. '피로사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9-05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현대인은 '활동과잉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모두 해당되지요. '정신적 활동과잉'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지요. 그것은 타인의 말투, 표정, 몸짓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사람은 타인의 비난에 쉽게 상처를 받지요. 또한 이러한 사람일수록 여러 가지 일을 활동적으로 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적 활동과잉은 육체적 활동 과잉으로도 연결됩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거친 노동을 좋아하고 빠른 자, 새로운 자, 낯선 자에게 마음이 가는 모든 이들아. 너희는 참을성이 부족하구나. 너희의 부지런함은 자기 자신을 망각하려는 의지이며 도피다. 너희가 삶을 더 믿는다면 순간에 몸을 던지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너희는 내실이 부족해서 기다리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을 본다면 19세기 니체가 활동하던 시대에도 활동 과잉은 있었던 것 같은데 현대사회에는 말할 것도 없지요.

이와 관련하여, 2010년 독일에서 발간된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는 현대인이 왜 피곤하게 사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하면 안 된다'라는 통제사회에 초점을 두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되는 긍정의 사회로 변모하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0대는 입시·진학 때문에, 20대는 취업 준비 때문에, 30대는 육아와 살림에, 40대는 자식 뒷바라지에, 50대는 노후 준비에, 그리고 60대 이후는 다시 자식의 자식까지 돌보아야 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아 모두가 피곤합니다. 성과사회에서는 성공만이 유일한 규율이며 미덕이기에 타자의 억압이나 위협이 없이도 우리는 자신을 자발적으로 착취함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전락합니다. 이때는 규율사회와는 달리 '자발적'이라는 일견 자유로운 느낌이 동반되기 때문에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스스로에 의한 착취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 한병철 교수의 진단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성과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자아를 필요로 하고 스스로 설정한 목적에 다다르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감은 우울증과 같은 신경질환으로 표출됩니다. 한병철 교수는 성과사회에서 신경성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나치 수용소에 피골이 상접한 수감자인 '무젤만'에 비유했습니다.



또한 그는 세계가 전반적으로 긍정화로 대변되는 추세 속에서 개인이나 사회 모두 자폐성 성과 기계로 변화하였다고 역설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행복하지도 풍요롭지도 못하지요. 오히려 알 수 없는 불안과 보다 나은 것에의 욕망에 사로잡혀 피로를 외면한 채 자신을 더욱 닦달합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통제사회는 부정성이 난무하여 광인과 범죄자를 양성했지만, 현대사회는 '~하면 된다'는 긍정성의 과잉으로 우울증과 낙오자를 양성하지요.

아울러 성과사회의 과잉활동, 과잉 자극에 맞서 사색적인 삶, 영감을 주는 무의와 심심함, 휴식, 사색, 참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피로한 자아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유아론적 세계에서 벗어나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어야 하겠지요.

'사색적 삶의 부활'이라는 거창한 담론보다는 우리 삶에서 활동 과잉을 줄여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집에서 책 한 권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어느 스님의 말대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임용 1년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초등학교 최다

임용 1년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초등학교 최다

임용 1년 만에 스스로 교편을 내려놓은 충청권 교사가 5년간 10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신규 교원이 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중도퇴직 교원 현황에 따르면 임용 후 1년 내 퇴직한 인원은 5년간 433명이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서 가장 많은 교사가 떠났다. 202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전국에서 179명이 퇴직했다. 중학교는 128명, 고등학교는 126명이다. 코로나19를 겪던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71명과 90..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