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권모임 내다, 대전인권행동,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행동 등 단체들이 4일 대전교육청 앞에서 대전고 인권침해 사태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전인권행동 제공 |
"형식적으로는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에 참여할 것인지에 신청서를 받지만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담임교사와 면담을 하고 참여를 요구하며 강제적인 운영을 했습니다. 학생이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것 자체를 금지합니다. 조회시간 제출하는 것이 아닌 아예 집에 놓고 등교를 하게 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전고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학교생활 수칙을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의 이러한 조치가 학생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하고 청소년 인권단체에 실상을 알렸다.
청소년인권모임 내다·대전인권행동·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행동을 비롯해 72개 인권·시민사회단체(이하 단체들)는 4일 대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고의 학생인권 침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재진정 신청의 뜻을 밝혔다. 대전교육청이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설 것도 촉구했다.
청소년인권모임 내다가 2024년 5월부터 7월까지 전국 학생인권침해 상담·제보 창구를 운영한 결과 대전고 재학생 11명이 학교의 반인권적 학교생활규정,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 반강제 실태, 휴대폰을 학교에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규정 등을 제보했다.
앞서 대전고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수차례 규정 개정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최근 대전고에 대한 인권위 진정 결정문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두발 관련 규정 위반을 이유로 405회, 1215점을 부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병구 대전인권행동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제까지 대전고는 반교육적 학교 문화를 내버려 둘 것이냐"며 "학생자치와 학교 자치문화가 후진적인 대전고의 학교 문화를 현대민주주의 국가의 공교육 학교 현장에 맞게 혁신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대전인권행동 제공 |
휴대폰 사용과 강제 야간자율 논란에 대해선 "영미권은 금지 추세고 일부 국가서도 전면 금지를 하는 학교들이 있다. 국내서도 인권위 권고를 전국 교장 43%가 거부했다는 기사도 보면 교육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고 있다"며 "방과후 자율학습은 안 하는 학생도 많이 있는데, 학생을 잘 아는 담임이 볼 때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하지 않는 학생에게 학교에서 급식도 먹고 공부도 할 것을 적극 권고한 것을 강제라고 느낀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 미래생활교육과 관계자는 "교육청 학생지도지원단을 통해 대전 모든 학교의 규정을 검토한 결과 5월 대전고에도 규정 재개정을 권고하며 12월까지 제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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