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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가능성의 불씨를 키웠던 충남대 입장에선 아쉬운 결말이었을 테고, 방식은 다르지만 통합을 바랐던 한밭대 역시 쓴 잔을 들이켰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탈락, 지역 대표 국립대의 글로컬 도전 실패는 지역사회에 실망감을 안겼다. 지역별 거점 국립대 가운데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지 않은 곳은 대전과 광주뿐이다.
사회적 책무성을 지닌 국립대는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는 라이즈(RISE)와 함께 지역을 살리고, 지역이 대학을 키우는 대학과 동반성장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의 위상과 결부된 탓에 사업의 한 축인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다. '2년 연속 패싱' 수모는 지역의 무관심과 정치력 부재 논란까지 거론된다.
글로컬 발표 직후, 명단에 오르지 못한 충남대와 한밭대는 통합논의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3년 가까이 이어온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 것에 대해 상대의 책임을 묻는 듯 했다. 충남대는 한밭대가 사업계획서 철회를 요청하며 대면평가에 불참해 결과적으로 사업선정에 좌초됐다고 밝히고, 한밭대는 '일방적' '유감' 등을 표명하며 상호존중과 신뢰 없이는 협력기반 대형사업 추진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통합, 특히 규모가 큰 대학간 통합은 쉽지 않은 과제다. 국고 지원을 위해 강제통합을 추진하다 내부 갈등과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내는 타 대학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은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돼야 하지만, 자신의 몫을 포기하고 하나가 되기엔 두 대학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교수들 사이에선 아직 위기의식을 체감하지 못한 것 같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들린다.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 계획발표 이전부터 통합을 준비했던 두 대학은 그 첫발을 기억할까.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압박을 받으며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혹은 경쟁력을 장착해 최강 국립대로 부상하기 위한 묘책으로 '첫 수'를 뒀을 테다.
통합을 추진하는 측도, 통합을 반대하는 측도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학령인구는 계속 줄고 있는데 대학의 수가 너무 많다. 지역대의 노력만으론 교육의 질과 복지 향상, 경쟁력을 확보하긴 어렵다. 글로컬대학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한 대학이란 낙인도 우려된다.
충남대와 한밭대는 각자 내년 글로컬 사업 재도전을 암시했다. 추가 지정이 가능한 곳은 10곳뿐인데, 내년 5곳과 그 이듬해 5곳으로 관문이 좁아져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 선정되지 못한 많은 대학이 절치부심하며 재도전을 준비하고, 전문대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2025년 글로컬대학 지정계획이 나와야 알겠지만, 통합을 전제로 예비지정된 대학이 단독으로 재도전할 때 예비지정 지위를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실행계획서대로 통합하지 못하고 목표치를 낮춘 글로컬 1기 지정 대학에 대해 사업비 삭감 또는 지정취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4일 발표된 7차 사회관계장관회의 '대학-지역 동반성장 지원 방안'에 따르면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에서 국립대도 교직원 성과급(인센티브)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구성원 보상 체계를 토대로 국립대의 혁신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글로컬대 국립대 부총장, 대학원장, 단과대학장 등 주요 보직에 외부 인사 임용을 허용하는 등 특례는 더 확대된다.
이제 대학들은 국비에 신경 쓰지 않고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높일 방안을 찾거나, 지자체와 함께 할 더 나은 혁신안으로 나머지 10개의 글로컬대학 자리를 노릴 것이다. 대학 자율성에 따른 충분한 내부논의와 의견 수렴은 따라야겠다.
대학의 미래와 발전을 고민하며 다시 신발 끈을 묶고 있는 지역대를 응원한다. 그 어떤 선택이든, 가장 중요한 건 생존이다. 살아남아야 경쟁력도 고민할 수 있다.
/고미선 사회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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