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지하 2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모습.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과 함께 원인 조사에 나서고 있다. 사진=입주민 제공. |
전기차로 인한 열 폭주 현상이나 2020년 새롬동 B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외산 내연차) 화재처럼 대형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자위하기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더욱이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에 대한 관리사무소와 소방당국의 상황 판단도 달랐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열 및 연기 감지기를 통해 스프링클러를 정상 가동하고 있었으나, 소방대원에 앞서 지하 2층 화재 현장을 가봤으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직접 진화에 나섰다"고 말했다. 반면 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날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화재 진압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는 현장 상황을 전달 받았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앞으로 지하 주차장 화재 대책 추진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리소 관계자는 "스프링클러가 터진 지점은 화재 차량이 아니라 연기를 감지한 다른 곳으로 파악했다. 열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본부와 경찰 당국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나 '스프링클러 미작동'이 사실이라면, 하반기 지하 주차장 화재 대응 과정에서 보다 면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화재 발생 전부터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가 건설사 및 소방본부를 통해 관련 공문을 접수했다는 사실이 주목할 부분이다.
입주자 대표회의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이슈가 확산되면서, (오늘 화재 이전부터) 아파트 입주 점검 당시 실제 화재를 염두에 둔 '감지기 및 스프링클러' 가동 사실이 있는지 질의했다"며 "실제 화재 대응 연습에 5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고 들었다. 이 같은 과정 없이 매년 (형식적인) 점검을 하고 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업계 관계자는 "자동 화재 감지기 오작동이나 단선, 스프링클러 오작동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기 대응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 (세종시 지하 주차장 구조상)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며 "소방청이 2023년 10월 공표한 공동주택의 화재 안전 성능기준(NFPC 608)은 신규 공동주택에 한해 적용 가능하다. 취약계층 공동주택부터 기존 아파트에 대한 시스템 정비도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화재 감지 기초 시스템 구조도. |
민간 및 공공시설 조사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하고, 충전구역과 충전시설에 대한 안전점검과 시설관리자 교육, 화재대응 훈련 등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세종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중 최대 규모는 2020년 7월 새롬동 B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출고 6개월된 외국산 내연기관차 화재로 주변 차량 2대가 전소, 5대가 반소, 5대가 부분 소실 피해를 입었다. 당시 지하 주차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며 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2020년 새롬동 B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주변 차량들까지 피해를 확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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