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감염병관리지원단이 개최한 CRE감염증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감염증 확산방지를 위한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1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기존의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여 치료가 어려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이하 CRE) 감염증이 대전과 충남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콜레라와 장티푸스처럼 제2급 감염병이면서 2017년부터 발생 즉시 신고가 의무화된 CRE감염증은 대전에서 2018년 137건 조사된 이래 2023년 985건 신고될 정도로 증가했다. 충남에서도 최근 연간 1000여 건의 발생신고가 이뤄져 확산 중이다. 1928년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개발되어 광범위한 치료에 활용됐으나 곧이어 내성균이 발현돼 결과적으로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도 내성을 보이는 내성균이 확산하는 것. 대전시감염병관리지원단(단장 충남대 감염내과 교수)이 대전시와 공동으로 8월 30일 동구 선샤인호텔에서 개최한 '의료관련감염병 전문가 심포지엄'에서도 CRE감염증 상황을 점검하고 요양병원 의료진들과 대응방안을 모색하는데 3시간 넘게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정현석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 속도는 현저히 느려진 것에 비해 항생제 내성의 출현 및 확산은 우려할 정도로 빨라 궁극적으로 환자 치료에 사용할 항생제 종류가 제한되고 있다"라며 "잦은 항생제 사용과 의료기관 내에 밀집된 환경, 치료실과 작업실이 혼합된 의료 환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 법정 감염병 발생 현황 중 2022년부터 항생제 내성의 CRE감염증이 크게 늘어났다. (그래픽=대전시감염병관리지원단 제공) |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대전에서 투석을 전담하는 한 요양병원의 병원장이 자신의 병원에서 CRE감염증 격리병상 운영 사례를 발표했다. 지난 1년간 병원 내에 접촉 격리실을 운영해 CRE감염증 환자 50명을 돌봤고, 고령의 환자가 입원했을 때 돌봄을 받도록 병실에 간병사를 고용하는데 CRE감염증 격리병상에 근무할 국내 간병사를 구할 수 없어 지금도 외국인을 고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발표에 나선 병원장은 "CRE감염증이 요양병원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의료보험 수가는 종합병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아 감염증을 발견해도 제대로 관리할 여건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감염증 환자를 돌볼 때 보호복을 입어야 하는지, 보균 사실을 밝히지 않고 투석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지침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다만, CRE감염증에 대한 지나친 우려와 격리는 오히려 환자를 위축시키고 돌봄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낳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민 세종시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CRE감염증이 확인됐다고 집에서 손자손녀도 못 만지게 할 정도로 일상을 제약할 요소는 아니고 기저질환 있고 항생제 많이 사용한 경우에 주의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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