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우리 사회를 압축해 놓은 게 바로 스포츠다. 서로 다른 이들이 만났지만, 각자의 능력을 인정하고 소통하며 좋은 팀워크를 유지할수록 더 좋은 시너지를 낸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빛 찌르기'를 달성한 한국의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그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안에서 서로 동등한 존재로 존중하며 경험과 나이차를 허물고 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펜싱 동료의 면모를 보여준 대표팀은 좋은 성과를 거둔 일등공신을 '팀워크' 한마디로 정리했다.
중도일보는 창간 73주년을 맞아 펜싱 대표팀의 오상욱(대전시청) 선수를 만나 올림픽 당시와 뒷 이야기를 들으며 화합과 이해라는 비빔밥의 의미가 담긴 스포츠 정신을 배운다. <편집자 주>
오상욱(대전시청) 선수가 중도일보와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이성희 기자) |
▲올림픽 최종 목표는 2관왕이었는데, 그 목표를 달성했다. 그중 단체전을 좀 더 신경 쓰고 집중했다. 팀원들과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면서 금메달이라는 좋은 성과를 얻었다.
서로의 노력의 결실을 맺은 만큼 어떤 메달보다 귀하다.
-금메달을 따낸 특별한 원동력이 있다면?
▲이전 세계 대회에서 단체전 1회전에서 탈락한 적이 있다. 그때 모두가 충격이었다. 긴급회의를 열고 서로에게 지적을 하며 보완점을 찾았다. 당시 선후배를 떠나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고 믿고, 이해해주는 시간을 가졌고 이후에도 이어져 오면서 허물없이 함께 하는 기회가 됐다.
-팀워크가 중요한데 한국 대표팀은 어떤가?
▲후배나 선배 서로 경험과 나이가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각자 쓴소리를 했을 때, 특히 맏형은 후배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 모습을 보고 선후배가 아닌 동료라는 인식이 강하게 생겼다. 서로의 지적과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게 대표팀의 팀워크다.
판암 선수촌에서 만난 오상욱 선수. (사진= 이성희 기자) |
▲펜싱 경기장이 유독 컸다. 그곳에는 우리를 응원하러 와주신 분들 되에도 펜싱이라는 경기 하나만 보고 온 프랑스인들도 많았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타국의 선수라는 생각은 버리고 경기를 보러 와주신 분들이 일어나 박수를 쳐주시고 존중해주셔서 감격이었다.
-유독 충청권 출신 펜싱 선수들의 성적이 좋다. 중용(中庸)으로 대표되는 충청인 기질이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 충청인들의 기질이 펜싱을 하기에 더 좋은 것 같다. 특히, 감정 동요가 적다. 경기에서 지거나 이겼을 때 너무 절망하지도, 너무 좋아하지도 않은 특징을 보인다. 충청인이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졌을 때 빨리 버리고 이긴 것에 너무 매몰돼 있지 않은 게 침착하게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펜싱과 잘 어울렸다.
-이장우 대전 시장이 오상욱 선수의 이름이 걸린 '펜싱 전용 경기장' 설립을 약속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선수에게 정말 흔치 않은 기회고, 감사하다. 이 소식을 듣고 유럽 선수들이 굉장히 놀랐다. 오히려 대전시에서 만들어 준다는 생각도 못 하고 "직접 짓는거냐?"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지역에서 지어주는 거라고 설명을 해주니 다들 부러워하고 인정해줬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펜싱인들에게 의미가 있다. 이번 펜싱 경기장을 통해 앞으로 있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뿐만 아니라 대전에서 많은 세계대회가 개최되고 펜싱인들이 모일 공간이 되길 바라는 게 한국인 펜싱인들의 모든 바람이다.
-실력뿐만 아니라 외모로도 화제가 됐는데?
▲좋다. 감사하다. 경기 직후 한 기자분이 제가 브라질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는데 많이 의아했다. 브라질에선 펜싱을 하지도 않고 이번 올림픽 때 출전하지도 않았기에 나를 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그래도 오상욱이라는 선수에 관심을 주시고, 또 펜싱이라는 스포츠에도 좋은 영향이 된 것 같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펜싱 인기가 높아지긴 했지만, 인기 스포츠라고 하기엔 아직 저변이 넓지 않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생활스포츠로 도약해야 한다. 펜싱은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 비싸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는 것 같다. 아니다. 싼 가격에도 충분히 펜싱을 즐기고 경험할 수 있다. 곳곳에 펜싱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또, 펜싱의 매력을 한 번 알면 빠져나올 수 없다. 경기 자체도 멋있고 1:1 스포츠다 보니 승부욕이 생겨 최선을 다하게 된다. 고가의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오상욱 선수가 창간 73주년을 맞은 중도일보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 이성희 기자) |
▲내 고향이다 보니 대전에 오기만 해도 '집'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타지역보다 편하기도 하고 입맛에 맞는 식당부터 추억의 공간이 많다 보니 마음의 안정감을 느낀다. 마음이 편해지는 게 정말 집처럼 느껴진다.
-다음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4년 뒤에 있는 LA올림픽, 더 나아가 2032년에 있을 호주 브리즈번 올림픽 출전을 하고 싶다. 이때가 되면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겠지만, 지금에서라도 더 몸관리를 잘하고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올림픽 금메달이 3개인데 앞으로 1~2개 정도 더 획득하는 게 최종 목표다.
-오상욱 선수처럼 국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스포츠인이 있듯이 아직 조명을 받지 못한 이들이 많다. 이들의 앞으로를 위해 지역 언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유망주들이 많다. 특히, 실력과 성과가 좋음에도 눈에 띄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다. 일단 먼저 제가 이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당장 훈련이 힘들고 무너질 때도 많겠지만, 버티고 재미있게 하면 언젠가는 빛을 볼 거다. 지금의 저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언론이 이들을 찾아내고 지역민들에게 알려 힘을 주고 어려운 상황을 개선할 기회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좋은 원동력을 주며 서로가 상생하면 좋은 시너지가 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전 시민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SNS에 대전에 살고 있다며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한분씩 답장을 못 해 드려 죄송할 뿐이다. 올림픽때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주셔서 힘이 됐다. 이런 기대와 응원을 본받아 다음 올림픽에도 좋은 모습 보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대담= 강제일 정치행정부장·정리= 이상문·김지윤 기자
'대전의 아들' 펜싱영웅 오상욱은
◇프로필
▲1996년 대전 대덕구 출생(만 27세)
▲매봉초 ▲대전매봉중 ▲대전송촌고 ▲대전대 사회체육학과 ▲대전대 대학원 체육학 석사 재학
▲192㎝, 94㎏, B형, 오른손잡이 ▲종목 사브르 ▲세계랭킹 1위 (2023/24 시즌 최종) ▲소속 대전광역시청(2022~ )
◇수상기록
▲올림픽 금메달
2020 도쿄 단체 2024 파리 개인 단체
▲세계선수권 금메달
2017 라이프치히 단체 2018 우시 단체 2019 부다페스트 개인 단체 2022 카이로 단체
▲아시안 게임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단체 2022 항저우 개인 단체
▲아시아 선수권 금메달
2016 우시 단체 2017 홍콩 단체 2019 도쿄 개인 단체 2022 서울 단체 2023 우시 단체 2024 쿠웨이트시티 개인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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