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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번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선 대전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문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미 전국 4개 지자체에서 전문 상담과 피해 사진·영상물 삭제 지원, 사후 관리까지 통합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충남에서도 내년 1월 설립을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대전은 설립 건의에도 논의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다.
29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여성가족부 산하의 중앙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외에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등 4개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광역 디성센터를 운영 중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피해 사진·영상물 삭제 지원이다. 삭제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온라인상에서 성 착취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정신적 피해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광역 디성센터도 피해자 온·오프라인 상담과 더불어 삭제지원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24시간 성 착취물 피해 모니터링, RPA 자동검색 기능을 탑재해 피해 사진·영상물을 찾아 게시된 포털사이트·플랫폼에 직접 삭제 요청을 한다. 경찰 수사, 증인신문에 동행하고 법률·심리상담, 사후관리, 전문가 자문단 운영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충남도 광역 디성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충남도는 지난해 부산 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 '이젠센터'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를 바탕으로 삭제지원 전산시스템 개발비 등 3억 원을 세우고 전문기술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내년 1월, 충남여성긴급전화1366센터 내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센터를 설치한다. 기존 디지털 성범죄 특화상담소는 1366센터로 이전·통합한다. 피해신고 시 충남경찰청과도 공조할 계획이다.
현재 대전에는 광역 디성센터가 없다. 다만 여가부 지원 사업을 통해 대전YWCA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 내 디지털 성범죄 특화상담소가 운영되고 있다. 특화상담소도 피해상담과 경찰 수사 동석, 재판 모니터링, 심리·법률 상담을 지원한다.
하지만, 특화상담소는 피해 사진·영상물 삭제 지원에 한계가 있다. 피해자가 지역 특화상담소에 삭제 지원 요청을 하면, 상담소는 삭제지원 전산시스템을 갖춘 중앙 디성센터 혹은 광역 디성센터에 공문을 보내 지원 의뢰를 한다. 지역 내에서 직접 처리가 안 되고, 연계밖에 할 수 없다 보니 삭제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적인 지원에 홍보 등도 필요하지만, 국비 지원 한계로 대전의 특화상담소 인력은 상담원 2명뿐이다. 현재 서울과 경기, 부산, 인천에서 운영 중인 광역 디성센터는 최소 10명부터 39명이 투입되고 있다.
대전여민회 관계자는 "지자체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설립은 윤 정부 공약이기도 해서 대전시와 시의회에 광역센터 조성 필요성에 대해 얘기를 해왔지만 관심이 없는 거 같다"며 "서울에 있는 중앙센터도 요즘 상담신고 건수가 늘어 포화상태이고,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도 많기 때문에 대전에서도 광역 디성센터에 대해 논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연령대가 낮아지고, 딥페이크 기술로 인해 범죄가 더 고도화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전에도 원스톱 피해 지원 센터가 정착돼야 한다. 법적으로 수요자를 없애는 것도 중요한데, 제작하는 것 외에도 허위영상물을 소지, 시청만 해도 처벌하는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끝>
김지윤·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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