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철거 시민대책위가 8월 28일 시청에서 다시 모여 '흘러야 강이다'란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대시민 호소에 이어 행정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대책위 제공. |
환경부와 세종시가 2023년 하반기부터 금강 세종보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흐름을 놓고, '보 해체' 여론 조성이 이를 뒤바꿀 수 있는 길이란 판단에서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시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가 강을 죽였는가. 강은 어떻게 살아났는가. 우리 시민들이 목격자'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대책위는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보 건설 이래 금강의 죽음과 되살아나는 모습을 곁에서 생생히 지켜본 세종시민이라면, 세종보를 왜 철거해야 하는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며 "금 환경부와 세종시는 겨우 되살아나는 금강의 숨통을 조이려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처참한 결과를 마치 없던 일인 양 거짓으로 호도하고, 세종보를 재가동해 수많은 생명을 수장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동물의 일원으로서 "멈추라"라는 절박한 외침이란 점도 어필했다. 미래 세대에게 '강수욕(강변 해수욕)'과 '윤슬(흐르는 강물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의 의미를 되새기고, 썩은 물이 고여있는 호수나 그 위에 띄운 오리배에서는 누릴 수 없는 일들이란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대 강 사업으로 인한 물고기의 떼 죽음, 이상 번식한 벌레들, 세종보의 잦은 고장, 인근 주민들이 마주한 악취 등의 악순환을 더는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책위는 "30억 원을 들여 고친 세종보가 국민의 혈세를 끝도 없이 잡아먹는 애물단지다. 2177억 원이나 들여 2012년 완공된 이래 세종보는 고장날 때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수십억씩 수리비를 쏟아부어 왔다"며 "완공 이후 7년간 들어간 보수비, 유지비만 116억 7천만 원이다. 세금 낭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4대강 조사 평가단도 16개 보 중 경제성이 가장 낮다고 보고했다. 없애는 것이 2.3배나 이득이다. 어째서 국민의 혈세로 건설업자들의 배를 불리려 하나"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다시 물을 가둬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정부 여당과 세종시장 모두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강형석(대평동) 씨는 "강을 막는것은 몰상식하고 반사회적인 범죄다. 녹조가 창궐한 강에서 배를 탈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강을 막고 수억을 들인 선착장이 무용지물이 된 사실이 바로 여기 세종 금강의 일"이라며 "최민호 시장에게 경고한다. 죽음의 행정을 멈춰달라.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다시 설계하라. 공존과 평화의 행정을 선택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조성희(새롬동) 씨도 "12년째 세종에 살고 있다. 세종보를 막으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미 겪지 않았나. 흐르지 않으니 호수가 되고, 호수는 녹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며 "세종보 재가동 후 모습은 녹조로 가득찬 지금의 낙동강 보 주변이다. 물이 가득찬 풍경이 아파트가격을 올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 1년 내내 물이 가득 차 있는 것 자체가 산이 4계절 내내 초록이 되길 바라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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