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지만, 정부와 대전 지역사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듯 대책 마련에 뒷짐을 쥐고 있다.
최근 교묘해진 수법으로 범죄가 활개 치면서 늘어나는 피해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오히려 대전시와 시의회는 지원 사업 중단과 예산 삭감 등으로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대전시의회는 올 예산안에서 집행부가 편성해 넘긴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시민 감시단 운영비 15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n번방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인식 개선이 이뤄지면서 이에 대응하고자 2021년 시작했던 사업이지만 예산이 증발하면서 결국 3년간의 활동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예산 과정에서 한 시의원은 "플랫폼을 발견하고 삭제하는 과정에서 '딸깍'하기만 하면 된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 것 같다"라며 "한 해 동안 3500건밖에 적발하지 못했다는 무력한 결과로 예산이 아깝다고 생각이 든다"고 삭감 이유를 설명했다.
행정당국의 적극성도 보이지 않는다.
'실효성 부족'이라는 이유로 사업이 중단된 것인데 이는 타 지역과 다른 기조여서 대조된다.
실제 서울시는 올해 용산구를 추가해 사업을 확대했으며, 대구와 부산, 전남, 경남 등 다른 지자체 역시 신규 설립했다.
유포와 확산이 빠른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도입해 사전 거름장치를 마련했으나 해당 기술을 회피하는 등 범죄가 다양화·지능화 되면서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것.
현재 게시물 삭제의 권한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있다 보니 신속한 삭제를 위해선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피해자 보호를 위해선 게시물 삭제부터 재유포 모니터링, 수사 협조와 민·형사 소송비용 지원, 심리 치료 등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센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와 대전시의 움직임은 저조하다.
대전시는 '디지털성범죄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조례'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삭제 등 모니터링 지원을 추진할 수 있지만, 현재 여성가족부로부터 지정,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디지털 상담소 한 곳에만 기댄 채 센터 확충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답하지 않고 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 현장에서는 2명의 인원으로 겨우 운영되는 디지털 상담소의 인력 충원과 함께 더 나아가 대선 공략으로 원스톱으로 움직일 수 있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디성센터)' 확충을 요구하지만 뒷짐 진 채 손 놓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위험성이 커지는데 범죄 발생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책은 부실하다"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빠르 게 움직여 지금이라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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