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上. 디지털 성범죄 기승, 속출하는 피해자
中. 피해 지원 절실한데 역행하는 대전
下. 이대론 안 돼… 피해자 치유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A씨에게 가해자 보내온 메시지(사진=A씨 제보) |
A 씨는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가해자가 익명 계정에다가 계정과 DM을 바로 삭제하고 사라져 못했다"며 "스토킹이나 금전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합성사진이 유포됐을지도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한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딥페이크 기반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대전에서 속출하고 있다.
현재 수면 위로 드러난 텔레그램 '겹지인방'에서 미성년자의 사진이 도용돼 음란물이 제작됐다는 의혹이 대전에서 사실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이날 오후 대전교육청과 경찰에 대전 지역 고등학교 여학생이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물이 올라왔다며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인의 얼굴을 합성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유포하는 '겹지인방' 텔레그램 채팅방이 대전에서도 개설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논란이 일자 현재는 텔레그램 내에서 삭제된 상태지만, 본보가 직접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검색한 결과, 최근까지도 '대전겹지방'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돼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엑스에 올라온 대전겹지방 소개 게시글에는 해당 채팅방으로 이동하는 링크주소와 함께 '지인능욕', '능욕방' 등 성적인 단어가 해쉬태그(#)돼 있었다. 대전겹지방을 찾는 게시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엑스에 올라온 대전겹지방 게시물 모습 (사진=엑스 갈무리) |
그간 대전에서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매년 발생했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최근 3년간 대전경찰이 적발한 사이버 성폭력(허위, 불법영상물 제작·유포) 범죄건수는 284건, 검거인원은 217명이다.
여성긴급전화 1366대전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 건수는 매년 200건 이상 접수되고 있는데, 2021년 262건, 2022년 217건, 2023년 228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대전 YWCA 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상담건수만 해도 60건에 달했으며, 이중 6명은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겹지인방' 피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전 내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역의 피해자 보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전여민회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매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대전에는 현재 디지털성범죄 특화 지원센터가 없다. 서울과 경기, 부산, 인천처럼 피해자 상담과 피해 사진·영상물 삭제 지원 등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광역센터가 대전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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