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세상에 있는 모든 분자들은 진동하고 있다. 연구 결과, 물체에 따라 튀어나오는 빛의 파장이 불규칙한 것이 아니라 정확히 대칭적으로, 매 실험마다 매우 규칙적으로 같은 위치에서 일정한 개수의 파장이 다른 빛이 나온다는 사실에서 이 분자들의 진동은 매우 잘 형성된 정해진 개수의 진동이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진동들을 노말 모드(normal mode)라고 한다. 이 노말 모드는 분자의 입자 수와 관계가 있다. 입자의 개수가 N이라면 노말 모드의 수는 3N-6이 된다. 입자의 수가 3인 물(H2O)의 노말모드의 수는 3(3x3-6=3)이 된다. 모든 분자 배열이 하나로 잘 정렬된 크리스탈(Crystal)의 경우에는 모든 분자들의 환경이 모두 같아 모두 하나의 분자구조를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 따라서 사파이어 덩어리에서 관찰된 사파이어 진동은 하나의 사파이어 분자에서 보이는 진동과 같은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세상을 단순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복잡한 전하의 이동을 전자와 함께 가상 입자인 '홀(정공)'이란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단순화하였고, 복잡한 야구공의 날아가는 모습을 초속도, 저항, 회전, 던진 각도 등 몇 가지 단순한 변수로 수식화하여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 수식은 실제 야구공의 움직임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한 나라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5000만명의 인구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약 1억 5000만 개의 진동방식을 가진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진동모드를 모두 만족시키며 나라를 경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떤 진동에 도움이 되면 또 다른 어떤 진동에는 역행을 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라의 지도자는 이 진동보드들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파이어 크리스탈은 수많은 입자들이 뭉쳐있지만 하나의 분자처럼 진동 모드를 보인다. 즉, 모든 분자들이 완전히 같은 특성을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나라를 만들면 최저의 노력으로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럴경우 완전한 전체주의적 국가가 되어버린다. 국민들의 자유는 억압되고 주위와 완전히 동일한 행동을 강요받는 사회가 된다. 즉, 국민들은 자신의 고유한 진동수로 진동할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완전한 자유와 완전한 억압, 이 둘 가운데쯤 어디에서 나라를 경영해아 한다. 진보든 보수든, 좌든 우든 지도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슷한 생각을 갖는 시민들의 뜻을 잘 대변하고 맞춤 정책을 개발하여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 성과를 내는 최고효율성을 달성해야 할 것이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는 상대에 대하여도 보완적 정책으로 협상하여야 할 것이다. 한 측변 완벽히 대변하는 것은 완전 안 하는 것과 완벽히 아무렇게나 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폭염의 기새가 조금씩 꺾여가고 있다. 어느 것이건 영원히 극단적일순 없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시원한 가을바람이 어서 불어오기를 바란다.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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