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철 부의장 |
올해 4월 소방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건수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나타났다. 운행 중 발생한 화재가 전체의 68건으로 48.9%를 차지했고, 이어 주차 중 36건, 충전 중 26건 순으로 발생했다.
전기차 화재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은 전기차 보급량의 증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를 보면, 2020년 13만 4962대에서 2023년 54만 3900대로 303% 급증했다.
또한 전기차 충전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 20만 6047개 중 82.9%인 17만 870개가 지하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국 공동주택의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인 총 40만 5513면 중 71.1%에 달하는 28만 8150면이 지하에 설치된 것으로, 단순 계산 시 서울 여의도 공원보다 약 15배 큰 규모에 달한다.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지하주차장의 낮은 높이 규정으로 인해 구급차나 소형펌프차가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국토교통부는 지상 공원형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최소 높이를 2.7m로 상향했는데, 이는 택배차량인 탑차의 높이 정도다. 그러나 구급차, 소형펌프차를 비롯해 다양한 장비를 탑재하고 다니는 구조공작차, 지하층 화재 발생 시 연기를 흡입하는 배연차 등 소방차량의 경우 경광등을 비롯해 3m가 넘는 전고를 지녔기에 화재 발생 시 지하주차장 진입이 어렵다.
이로 인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상방향 방사장치를 이용한 소화, 이동식 소화수조를 이용한 소화가 어려워 피해가 확산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몇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아파트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의 임의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시설에 대한 임의 조작을 하고 있다. 이에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과 관련한 임의 조작이 이뤄지지 않도록 민원인과 소방시설 관리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둘째, 전기차 화재진압용 질식소화포의 구입 지원과 정기적인 훈련을 제안한다. 전기차 화재진압용 질식소화포는 차량 전체를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특수소화 장비로, 연소로 인한 화염과 유독가스를 차단해 화재의 확산을 방지한다. 1400도를 넘는 화염을 견딜 정도로 내열·난연성이 뛰어나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 전기차 충전시설 주변에 질식소화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기차 충전시설의 지상화와 관련해 국비 지원을 촉구한다. 현재 충남 도내 전기차 충전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2024년 7월 31일 기준 922개 단지에 총 9250개가 설치돼 있는데, 이 가운데 466개 단지에 5275개가 지하에 설치돼 있다.
이처럼 충남 역시 전기차 충전시설의 지하화가 상당해 소방차량이 진입할 수 없거나 화재 대응이 어려운 전기차 충전시설의 지상화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국비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전기차 화재로 인해 많은 갈등이 야기되고 있지만, 무분별한 경계와 배척은 기술혁신과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번 사건을 토대로 전반적인 사회안전망에 대해 점검과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인철 충남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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