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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희 음악평론가 |
파리 올림픽 대미를 장식한 폐막식은 역시 철학과 예술의 나라 프랑스다운 기획이었다. 올림픽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는 상상 세계 탐험가, 황금 인간 골든 보이저가 등장한 것 그 자체가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관객이 함께 생각하도록 끌고 가는 존재였다. 올림픽 정신을 상징과 퍼포먼스로 표현한 폐막식 행위예술은 차기 LA 올림픽 개최지 홍보로 등장한 할리우드 액션스타 톰 크루즈의 즉각적 액션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다양한 상징물을 활용해 참 스포츠 정신을 진지한 개성으로 보여준 파리와 눈으로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감각적인 LA 퍼포먼스는 그 나라의 차이만큼이나 두드러졌다.
한 마디로 파리 올림픽 폐막식의 본질은 올림픽은 그리스에 기원을 두고 있고 그 올림픽이 근대적인 올림픽으로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은 프랑스 쿠베르탱 남작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사람의 헌신과 발전으로 오늘날 올림픽이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는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스포츠 경기가 됐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 그리스 승리의 여신 니케가 웅장한 음악과 함께 솟아오르고, 놀랍게도 피아노와 연주자가 수직으로 올라오며 고대 그리스 아폴론 찬가를 연주했다. 이 음악은 올림픽 복원을 위해 파리 올림픽 의회에서 초연된 뜻깊은 노래였다. 오페라 가수가 반주에 맞춰 찬가를 드높이 부르는 모습은 올림픽 재탄생을 축복하는 생생한 과거의 재현이었다. 이어서 쿠베르탱 남작이 창안한 다섯 대륙의 오륜기가 아크로바틱한 행위예술을 통해 한 발짝 한 발짝 힘겹게 근대 올림픽으로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전 세계인 축제가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110명의 탐험가가 고도의 행위예술로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고대 그리스 정신이나 사상이 시간이 흘러 다시 등장한 장르가 있을까. 음악을 사용하는 연극인 오페라가 대표적이다. 마찬가지로 오페라 탄생에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처럼 크게 기여한 인물이 있을까. 여기엔 이탈리아인 예술애호가 바르디 백작이 등장한다.
1570년경 피렌체에는 바르디 백작이 주도하는 모임이 있었다. 일명 피렌체의 카메라타라 불린 이 회합은 바르디 백작 집에서 음악 연주 아카데미를 열어 음악뿐 아니라 문학, 과학을 포함한 주요 예술 사상을 망라해 연구했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작곡가와 이론가들이 모여 그리스 비극의 실제를 연구했는데 여기에는 과학자 갈릴레오의 아버지도 포함돼 있었다.
기원전 5세기경 발생한 그리스 비극에서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불렸을지 궁금했던 16세기 말 학자들은 두 가지 견해를 놓고 고민했다. 하나는 배우가 아닌 일부 코러스만 음악으로 불렸을 거라는 의견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사 전체를 모두 노래로 불렀다는 학자 메이의 견해였다. 카메라타 회원이자 추기경 비서였던 메이는 고대 희랍어에 정통하고 고대 그리스 저작물에 정통했다. 메이는 특히 그리스 비극에서 음악의 역할을 철저히 연구했다. 결국 그리스 비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불렀다는 메이의 견해가 채택됨으로써, 마침내 1600년경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음악으로 노래하는 오페라가 탄생했다.
쿠베르탱 남작이 발견하고 주도한 고대 올림픽 정신은 근대 올림픽으로 꽃피웠고, 바르디 백작이 주도하고 연구한 고대 그리스 비극은 오페라로 재현됐다. 파리 올림픽 폐막식은 바로 그 정신을 잊지 말자고 온몸으로 펼친 거대한 예술작품이었다. 이들의 선각자적 안목과 결단으로 스포츠와 예술이 끊임없이 놀라운 방식으로 재생산되는 현실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지희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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