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
다만 이러한 역사 인식은 현행 헌법의 전문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해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해,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와 우리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해 개정한다. 1987년 10월 29일」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함을 명백히 선언하고 있다. 1919년 3월 1일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 항거해 한일합병조약의 무효와 대한민국의 독립을 선언하는 비폭력 만세운동을 벌였고, 이를 3·1 운동 내지 기미년(己未年)에 일어났다 하여 기미독립운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3·1 운동이 계기가 되어 다음 달인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내용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의 건국을 1948년이 아닌 1919년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은 무엇이 진리인가에 관해 국가의 관여가 없는 자유로운 논쟁을 허용하는 사상의 자유시장의 원리에 따르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에 관한 역사 인식 역시 이러한 사상의 자유시장의 원리에 따라야 대한민국 국민이 취사선택하게 될 것이지만, 한편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의 의지가 결집될 필요가 있다. 사분오열(四分五裂)된 사회에서 발전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사분오열된 사회에서도 '민족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강력한 결집의 기제로 작동이 된다. 사회적 생활의 기본 단위로서의 민족의 범주는 시대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쨌건 우리는 결집하기 위해 '민족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도구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집하여 남들보다 발전해 더 잘 먹고 잘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민족주의'를 적절하게 변용하며 알맞게 취사선택하여 결집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뉴라이트의 '식민지 근대화론', '1948년 건국절' 등과 같은 역사 인식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를 폄훼하여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관점을 넘어 그동안 우리가 취사선택해 온 '결집하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삭제하고 '분열하는 반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취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변호사 이 승 현 (山君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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