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에도 필수요건이 있을법하다. 정체성과 역사성은 물론, 주민 참여,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함이다. 흥행과 상업성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흥행은 정체성이나 독창성으로 얻어져야 한다. 정체성과 독창성은 자기확산의 주체이자 차별화된 볼거리 제공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야만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못 오게 가로막아도 사람이 모여든다. 그가 없다면 만들어 가기라도 해야 한다.
지역문화예술 기여 부분만 생각해 보자. 우선, 축제 내용은 물론이고 관객으로서의 자발적 주민 참여가 부족하다. 주민이 설자리가 없고, 즐기지 않는데 어떻게 성공이 있으랴? 그러다 보니 동원 인력에 매달린다. 예술인도 마찬가지다. 축제장 좋은 무대에는 유명인이 서고, 지역의 무대 예술가는 외진 곳, 한갓진 곳에 선다. 그나마 출연료조차 받지 못하거나 미미하다. 푸대접도 그런 푸대접이 없다.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좌절하게 만든다. 관심과 참여, 호응 때문이라 주장할 수 있다. 그것도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제이다.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발전뿐 아니라, 스타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축제가 할 일이다. 확장성, 홍보용이 아닌 일시적 흥행을 위해, 언제 까지 외부에 의존 할 것인가?
인생이 그러하듯, 모든 예술에 완성은 없다. 모두가 과정일 뿐이다. 따라서 등급이 있을 수 없다. 단지 완성도가 떨어질 뿐이다. 처음부터 완성된 것을 원한다면 예술 교육, 활동은 필요가 없다. 공부하는 어린이에게 격려는 그만 두고 너는 잘 못하니 빠지라고 하면 미래가 어떻게 되나. 순이 돋기도 전에 뿌리까지 짓밟게 된다. 완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순리이다.
공부하고 즐기는 사람이 많아져야 예술자원이 구축 된다. 문화예술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모르는데 어찌 즐길 생각이 일어나랴, 생각 없이 찾을 수 있으랴. 함께하는 것으로부터 완성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고품격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서로 돕고 응원하며 즐기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길고 짧음은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역사가 있다. 그 역사는 그 사람의 전부일 수 있다. 과정 없이 어떻게 역사가 만들어 질 수 있으랴. 빠짐없이 소중한 것이다. 미완성을 즐길 줄 아는 풍토가 필요하다. 주민의 관심과 참여 없이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은 없다. 문화예술자원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웃이 소중하게 지켜주면 귀하게 된다. 이웃과 예술이 서로 존중하는 토양에서 문화예술은 성장한다.
1980년 대 중반 인기 있었던 음악 중에 <인생은 미완성>이란 곡이 있었다. 통기타 가수 이진관이 불렀다. 이른바 포크송(folk song)이 기세가 꺾이던 시점임에도, 1985년 5월 29일부터 6월 12일까지 KBS '가요톱10' 3주 연속 1위에 오른다. 연말엔 1985년 KBS가요대상 작사 부문 대상을 받기도 한다. 담백하면서도 포크송의 한 기류인 성찰과 비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사가 김지평은 서울구치소 사형수전담 카운슬러였다 한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 나눈, 인생에 대한 진솔한 성찰을 가사에 담아내고 있다.
인생은 미완성이다. "쓰다가 마는 편지", "부르다 멎는 노래", "그리다 마는 그림", "새기다 마는 조각"이다. 그렇지만 곱게 써가고, 아름답게 부르고, 그리고, 곱게 새기자 한다. 우린 모두 타향이지만 외로운 가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 그리운 가슴끼리 모닥불을 지피고 살자 청한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인생 아닐까? 따라서 무결하게 완성된 인생은 있을 수 없다. 완성으로 가는 과정의 어느 순간 멈추고 마는 것이다. 창작, 예술이라고 다를 바 없다. 최선의 아름다움으로 가는 과정일 뿐 완성은 없다. 완성이라거나 최고라고 생각하는 순간 예술은 끝장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스스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도 완벽을 요구한다. 보다 완성된 것만 찾는다. 미완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깜박 잊기 때문이다. 과정이 많아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내 딛는 걸음 하나하나가 모두 존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뜨겁게 사랑받아 마땅하다.
의지하면서 완성을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미완성이지만 부족한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서로 격려하고 보듬자. 서로 기대고, 쉼 없이 모닥불을 지피며 살아가자. 그래야 문화예술 고장이 될 수 있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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