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한은 금통위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1년 7개월동안 13차례 동결하며 3.50%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 금통위 시점(10월 11일)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기준금리는 약 1년 9개월간 유지될 예정이다. 이는 한은 설립 이래 횟수, 기간 모두 역대 최장 동결 기록이다.
이번 금리 동결 배경은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와 부동산·금융 시장 불안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역대 최대 수준을 보이는 미국과의 금리차(2.0% 포인트)를 고려할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 여부와 인하 폭 등을 확인한 뒤 국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게 자금유출과 원·달러 환율 방어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이와 함께 최근 집값과 가계대출이 급격히 뛰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자칫 금리 인하 결정과 함께 경기 회복 효과를 서둘렀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가량 상승했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7월 이후 은행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려왔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 14일 기준 719조9178억 원으로, 이달들어 4조1795억 원 더 늘어났다.
특히 한은은 최근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을 더 가속할 위험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들어오는 시그널을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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