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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형 대전 을지대병원 교수 |
늘 열심히 움직이는 어깨가 나이 오십 근처의 어느 때에 갑자기 통증이 생기면서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설치는 경우가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양쪽 어깨를 번갈아 아래로 뉘면서 검사기 옆으로 자세를 취하여야지 편안한 수면을 할 수 있는데, 아픈 쪽 어깨를 아래로 해서 잠을 자는 경우는 너무 아파서 그 자세를 유지할 수가 없다. 그러니 아프지 않은 반대편 방향으로 계속해서 누워 잘 수밖에 없는데 며칠이 지나면 매우 힘들어진다. 물론 얼굴을 하늘을 보면서 두 팔로 활개를 치면서 자는 자세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목젖이 뒤로 내려앉아서 수면 무호흡증이 발생하기도 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옆으로 자는 자세를 취하여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팔과 어깨가 움직이는 범위도 점점 좁아져서 빗으로 머리를 빗을 수가 없으며 여성인 경우, 머리를 뒤로 묶을 수도 없다. 팔을 위로 충분히 올리지 못하니 웃옷을 입거나 벗을 때 간혹 짜증이 나기도 한다. 가장 불편한 것은 손이 뒤로 잘 가지 않는 경우인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뒤처리를 할 수가 없어서 남의 손을 빌리는 경우가 되면 정말로 자존감이 땅에 떨어진다.
왜 아픈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깨 통증이 발생할 만할 특별한 원인이 없다. 어깨를 다치거나 충격을 받은 적도 없고 어깨를 심하게 쓰거나 교통사고를 당한 적도 없다. 힘들게 공을 던지거나 팔을 쓰는 운동도 한 적이 없는데 왜 어깨가 이렇게까지 아픈 것인가?
이런 경우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질환이 '오십견'이다. 오십 대가 되면서 어깨에 발생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확한 의학적 진단명은 어깨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막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현재까지는 의학적으로도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깨 관절막에 생긴 염증이 점차 진행되면 어깨 관절을 엉겨 붙게 하여 팔의 운동범위를 좁게 만든다. 물론 팔과 어깨의 운동범위가 좁아질수록 통증은 더 심해지며 그럴수록 일상생활에 방해가 된다. 제때 잘 치료받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평생 팔의 운동범위가 좁아진 상태로 살아야 할 경우도 있다. 어깨의 한쪽이 발생하면 다른 한쪽도 발생할 확률이 높다.
반드시 감별진단을 해야 하는 질환은 어깨 회전근개 증후군이다. 팔을 어깨에 붙들어 매는 4개의 근육이 있는데 이를 회전근개라고 한다. 팔을 많이, 자주, 힘을 주어서 사용하는 경우 이 근육에 무리가 와서 일부분이 손상되어 오십견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감별하는 방법은 팔을 아래서부터 위로 천천히 들어 올릴 때 회전근개 증후군의 경우에는 팔의 각도가 90도 전후에서 어깨통증이 발생한다. 이에 반하여 오십견은 팔을 위로 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각도에서 점차 통증이 심해진다. 물론 확실한 감별진단은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하며 오십견의 경우에는 영상 소견에서 특별한 소견을 보이지 않지만, 회전근개 증후군에서는 MRI 상 근육의 손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오십견 치료는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어깨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제를 어깨 관절에 투여하면 매우 빠르게 호전이 된다. 통증이 호전된 이후에는 어깨가 움직이는 각도를 넓히기 위해서 다양한 운동을 하여야 한다. 철봉 매달리기, 문틀 잡고 몸통 돌리기, 수건을 등 뒤로 하고 양쪽 손을 위아래로 잡아서 목욕탕에서 하는 운동하기 등 여러 방법이 있다. 물론 오십견이 특별한 치료 없이 낫는 경우도 있지만, 잘못 방치하면 평생 어깨 운동범위가 좁아진 상태로 살아야 하는 매우 불편한 경우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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