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충청시대 선포식'에서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전시 |
지역주민 니즈 파악을 통한 로드맵 수립이 선행돼야 하고 지나친 관 주도의 통합을 경계해야 거대 수도권과 경쟁 가능한 제대로 된 메가시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충청권 4개 시도에 따르면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생활권과 경제권을 통합하는 메가시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충청 광역연합'이라는 새 이름으로 올해 연말 출범을 앞두면서 메가시티 완성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러나 성공을 이끌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경제를 넘어 행정 통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이를 향한 시·도간의 셈법이 저마다 다를뿐더러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 주민 동의를 받기 위한 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
대전과 세종·충남·충북 4개 시도는 앞서 행정안전부에 '충청지방정부연합 규약(안)'을 제출, 지방 정부를 빼는 조건으로 규약 고시를 승인받았다. 메가시티나 행정통합을 논의하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 행안부의 승인을 받으면서 충청 메가시티를 향한 기대가 벌써부터 쏠리고 있다.
그러나 메가시티 현실화를 위한 과정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
'행정통합론'에 대한 이견이 갈리면서다. 1989년 분리 전까지 본래 한뿌리였던 대전과 충남은 행정통합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이장우 대전시장은 충북을 포함한 충청권 행정통합안 연구를 지시, 김태흠 충남도지사 역시 수도권 일극 체제의 유일한 대안이라며 행정통합론에 긍정하고 있다. 다만, 세종의 입장은 달랐다. 행정수도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만큼 세종시의 독립적 성격이 중요하다는 것. 최민호 시장은 메가시티와 행정구역 통합을 동일 선상에 두고 보기엔 어렵다는 입장을 극명하게 비추고 있다. 충북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국 지자체 중 처음 충청권이 메가시티 완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8년 부산과 경남, 울산은 국내 최초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했으나 끝내 폐기됐다.
문제는 부울경의 사례가 대전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부산과 경남은 행정통합을 내세우며 급물살을 탔지만, 행정통합을 향한 지자체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사실상 메가시티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의견이 크다.
일각에서는 충청권이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행정 통합보다는 메가시티 완성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충청권 메가시티의 후속 작업으로 행정통합이 필요하긴 하나 당장 시·도간의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메가시티를 위한 기틀을 완벽하게 마련한 뒤 집중해야 한다는 것.
이번 충청 광역연합이 출범한 뒤 충분히 당위성과 실효성을 갖추고 논의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다.
특히, 당장 행정통합 찬반 논의가 아닌 시·도민과의 소통을 통해 장단점을 명확히 밝히고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에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론을 파악을 통해 통합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점을 마련할 심도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로드맵이 명확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시점에 행정 통합 같은 다른 주제로 논란만 키운다면 궁극적인 목표가 산만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관 주도적으로 하기보다는 충청민들의 공감대를 먼저 파악해 문제점을 최소화할 방법 먼저 모색하는 게 맞다"고 제언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