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의사회가 지역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현안 정책 공모전을 실시해 의견을 수렴했다. (사진=임병안 기자) |
대전 서구의사회가 19일 대전지역 전공의를 대상으로 개최한 의료현안 정책 공모전에서 지역 의료 숙제가 고스란히 제시됐다. 의사이면서 전문의가 되고자 수련을 선택했다가 지금은 사직한 전공의 20명이 의료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과 고민을 담아 제시한 리포트가 눈길을 끈다.
건양대병원 내과 전공의를 사직한 의사 김현수 씨는 이날 공모전에서 지난 7년 동안 대전 대학병원 레지던트 지원율 추이를 분석해 전공의에게 필요한 것은 '수련 기간 동안 충분한 교육을 받은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충남대·건양대·을지대병원 레지던트 지원율을 조사해 흉부외과는 7년간 지원자가 4명뿐이었고, 소아청소년과에서는 2023년 지원자 0명, 올해 1명으로 급격히 악화돼 당장 체감은 어렵겠지만 진료 어려운 과목이 곧 진료 자체가 불가한 쪽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직 전공의 김 씨는 "비록 현재는 사직한 신분이지만 많은 고민 끝에 바이탈과를 선택해 최근까지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이었던 전공의고, 대전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대전시민으로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라며 "수련기간 동안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는 환경을 지켜줘야 젊은 의사들이 생명을 지키는 진료과에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양대병원 사직 전공의 김승호 씨는 응급실에 진료 과부하를 초래하는 음주환자 관리에 대한 고민을 담아 "울산시가 주취 환자 구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민간 주취 응급센터 운영을 돕는 것처럼 대전에서도 행정·재정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을지대병원 사직 전공의 어계영 씨는 대전 내에서도 원도심과 신도심의 의료 접근성 격차 문제를 지목하며 '거점 의료 지원 센터' 구축을 제안했다. 의료 지원센터를 구축해 의료 취약지역에서 대전 도심의 대학병원으로 이동할 때 위급한 환자를 즉시 진료가능 병원으로 이송을 돕고, 지역 내 모든 의료기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의료 정보 포털 사이트' 구축해 정보를 공유하자는 아이디어다. 이날 서구의사회는 정책공모전에 참여한 제안서를 검토해 대상과 최우수상, 장려상 등을 각각 시상했다.
이호 서구의사회장은 "의정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의료와 환자를 향한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공모전을 열었고, 많은 정책제안에서 좋은 의사와 진료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의료대란을 멈추는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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