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상으로는 이미 입추가 지났는데도, 한낮에는 어디 밖에 나갈 수도 없는 이례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폭염만이라면 그나마 낫겠다.
7월 말 장마가 끝나고 몇 주째 계속되는 열대야 밤에도 선선한 바람 하나 없이 땀을 뻘뻘 흘리는 날이 계속되니, 잠이 모자라 머리도 무겁고 온몸이 아픈 것 같다.
물론 이럴 때 에어컨이라도 빵빵 틀면 좋겠지만 늘 집안 살림을 먼저 생각하는 나에게 에어컨의 강풍 소리는 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최근에 전기 요금도 인상되었다는 말을 들어서 정말 더운 한 낮에 1~2시간 정도밖에는 틀지 못한다.
덥고 습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하루를 보내고, 남편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한 손에 뭔가를 들고 온 남편, 집 앞 카페에서 사 온 팥빙다,뭘 또 이런 걸 사 오냐고 잔소리 늘어놓으려는 찰나, 남편이 녹기 전에 빨리 먹으라고 한 숟가락 떠서 내 입에 넣어준다.
달콤한 팥, 연유 맛에, 입에 씹히는 바삭바삭한 얼음의 환상적인 조합, 나를 온종일 괴롭혔던 더위가 말끔하게 사라져버렸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말끔히 비워져 버린 팥빙수 그릇, 가끔은 이렇게 시원한 것을 먹으면서 무더위를 잊는 것도 소소한 행복일 수 있을 것 같다.
양주안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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