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양천 선암계곡에 댐을 짓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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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단양천 선암계곡에 댐을 짓겠다고?

-단양군의회 조성룡의원-

  • 승인 2024-08-20 10:33
  • 이정학 기자이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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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천댐 건설예정지(소선암)
지금 단양에서는 3만여 군민과 10만 출향 군민이 정부를 향해 한목소리로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단양천댐 건설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단양군청 소재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마땅하다"고 외치고 있다.

필자는 단양 토박이다. 단양에서 지방공무원으로 30여 년을 근무했고, 영원한 단양 사람임을 자처하며 지금은 단양군의회 재선의원으로서 군민의 작은 목소리까지 대변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민심은 천심이다. 그리고 3만여 군민의 뜻은 곧, 단양이 보존하고 만들어 가야 할 올바른 길임을 잘 알기에 군민의 생각과 바람을 이 기고문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했으면 한다.

단양군이 가장 강성하고 화려했던 시절부터 2024년 현재, 인구 2만 7천여 명까지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져 온 단양의 변천사를 필자는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1985년 정부정책으로 충주댐이 건설되었다. 이로 인해 단양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군청 소재지를 이전해야 했다. 그리고 단양군민에게는 정든 고향과 삶의 터전이 수몰되는 아픔을 더하고 단양군을 쇠퇴기에 접어들게 한 결정적인 일대 변혁이었다.

단양의 아픔과 쇠퇴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옛 단양군청 소재지는 구 단양이 되었고, 단양군청이 이전된 소재지는 신 단양이 되었다. 이곳 신 단양은 남한강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정부가 터를 잡아준 곳이다.

신 단양 이주 후 5년째인 1990년 9월 12일 새벽, 충주댐 물이 역류하면서 정부에서 안전한 곳이라며 이주시킨 신 단양 시가지가 물바다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순진한 군민들은 이 기막힌 현실 앞에서도 단지 대한민국의 물 관리 정책을 한없이 원망만 할 뿐이었다. 그 시대는 그랬다.

그 당시 건설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정부의 중앙재해대책본부에서는 '충주댐 건설 당시 수몰선이 잘못 책정됐는지', '충주댐 수문 조절을 잘못했는지'의 여부 등을 조사한다며 '특별조사반'을 파견하기도 했다.

이것뿐만 아니다. 2022년 11월에는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국가하천_ 한강하천 기본계획'과 관련해 하천 설계기준에 따라 제방고와 여유고가 부족한 신단양 시가지(도전리~상진리 구간)에 홍수방어벽 설치계획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주민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일련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정부가 남한강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이주시킨 신 단양 군청 소재지가 충주댐으로 인해 범람할 수 있음을 환경부에서 판단해 신단양 시가지에 홍수방어벽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7월 30일 환경부에서는 전국 14개소에 기후대응댐을 건설할 후보지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우리 지역 단성면 일원의 단양천에 2만 6천t 규모의 용수 전용댐을 만들겠다고 한다. 3만여 단양군민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정부의 선전포고가 아닐 수 없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단양군에는 용수전용의 단양천댐이 필요없다고 한다. 단지,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늘어나는 첨단산업의 물 수요 확보와 수도권 용수 공급 대책을 단양천댐에서 일부 해결해 보겠다는 것이다.

댐으로 인해 고통받는 단양 수몰민들의 애환을 0.001%라도 공감한다면 어떻게 정부에서 이럴 발상 자체를 할 수 있을까? 필자는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댐 건설 대상지로 거론되는 단양천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단양국가지질공원을 대표하는 단양국가지질명소가 바로 이곳에 있다.

또한, 단양군의 상징과도 같은 5백년 역사를 가진 단양팔경 중 상선암과 중선암, 하선암 등 3경이 있는 선암계곡은 월악산국립공원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생태환경의 보고와도 같은 곳이다.

500여 년의 시간을 품고 단양팔경이 완성되기까지 단양천 선암계곡이 월악산국립공원과 단양국가지질공원의 명소로 그 역할을 한 단양천에 스며드는 자연과 지질, 역사와 문화적 가치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충주댐 건설과 수몰로 가장 큰 상처를 받았던 옛 단양의 군청소재지, 바로 그 위치에 또 댐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국가가 단양을 두 번째 버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어제는 오늘의 거울이고, 오늘은 내일의 역사라고 했다.

3만여 단양군민은 충주댐 건설 이후 40년 인고의 시간 거울에 단양천댐 건설계획이라는 오늘의 현실을 비춰보고 있다. 단양군민은 확고한 단양천댐 반대의사 표시를 더 이상 과거처럼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이 오직 단양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일의 자랑스러운 오늘의 단양역사를 만드는 일임을 3만여 단양군민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충주댐에 이어 두 번째 댐 건설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또다시 수몰의 아픔을 강요하고 3만여 단양군민과 10만 출향군민을 무시하는 환경부는 단양천댐 건설 계획을 하루속히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그것만이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또한, 40여 년 전 충주댐건설 당시에 정부에서 안전지대라고 이주시킨 신 단양 시가지가 현재는 충주댐 물로 인해 범람할 것이 확실하다는 환경부의 판단하에 단양읍 시가지 구간에 홍수방어벽을 설치하는 한심한 계획은 당장 철회해야 한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홍수피해 예상지로 이주시킨 현 단양군청 소재지를 충주댐이 범람하지 않을 확실한 안전지대로 이주해 줄 것을 단양군민의 한 사람으로 강력히 요구한다.

환경부에서는 3만여 단양군민과 10만 출향군민의 한 맺힌 목소리에 답을 해야 한다.
단양=이정학 기자 hak4829@

조성룡(프로필) (1)
조성룡 단양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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