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사회가 주요 임원과 종합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돕는 전문의 열 서너 명이 모여 전공의 및 대학 휴학생들과 식사 나누며 대화하는 간담회였습니다. 충남대병원과 건양대병원, 대전선병원에서 대표를 맡은 전공의들이 참석했고, 충남대, 건양대, 을지대 등의 의과대 학생대표가 참석했고요. 기자가 생각하기에 이날 간담회가 특별히 중요한 것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말을 직접 듣고 생각을 나눌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발표 후 의료계와 보건정책 기관 간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의료분야 취재를 담당하는 제가 많은 보도를 내었지만, 정작 사직 전공의를 직접 만나 대화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진료실을 박차고 나온 전공의들이 어떤 생각에서 진료거부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접 행동에 나섰는지, 사태 발생 때부터 그들은 제게 취재 1순위이었습니다. 그들을 만나서 짧게나마 대화를 나눠보려 여러 차례 시도했습니다. 4월 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충남대 의과대학을 방문했을 때 피켓 시위에 나선 학생들 사이에서 "집회 끝나고 잠시 말씀을 나눌 수 있을까요"라고 의향을 물었고, 6월 18일 서울에서 진행된 의사 총궐기대회 참석을 위해 대전시의사회가 준비한 전세버스에서 버스에 오르는 전공의들에 대화할 수 있을지 문의했지만, 목소리를 들려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의료 결손으로 국민이 감내하는 일에 비해 그들의 아무 말도 않겠다는 의미의 손짓은 무척 가볍게 여겨졌습니다. 기자로서 갈등을 빚는 여러 현장을 취재하면서 당사자 중에서 직접 만나거나, 유선으로라도 연결되지 않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 의정갈등에서 전공의만큼 중요한 주체이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현상은 처음 겪는 일입니다.
그래서 7일 간담회에서도 전공의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할 때 가장 집중해서 듣고, 이보다 앞서 5월 30일 대전시청 보라매광장에서 열린 의사들의 야간집회에서도 전공의 발언을 기사 앞머리에 배치해 보도했습니다. 의대 증원의 비정상적인 정책에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전문의 수련 포기를 걸고 사직행위에 나섰지만, 반년이 되도록 변화된 게 없다는 실망감이 그들에게 내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번 사안이 시간이 지나 잊히는 사안이 아니라 재앙과 전쟁처럼 너나없이 행동해야 하며 외면한다고 피해갈 수 없다는 결기의 마음도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더 많은 생각과 안타까움,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2024년 전공의'가 무대 뒤로 사라지도록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아야 할 때입니다. /임병안 사회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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