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위기에 봉착한 이유로는 다양한 원인이 지목된다. 기업구단으로 탈바꿈한 이후에도 시행착오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조직구조와 운영방식 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는 실정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3차례 시리즈를 통해 대전하나시티즌의 과거와 현재를 톺아보고 구단이 마주한 현실을 진단해 더 나은 프로축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중. <약속> 흐릿해진 대전시티즌 정신… 팬들과의 약속은?
2020년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대전하나시티즌이 팬들과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년 전 출범 과정에서 대전시티즌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서다. 시민구단 한계를 넘어 기업구단으로 더 큰 성장을 바라던 팬들과 시민들은 구단의 지속된 '불통 행보'에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잊혀져가는 대전시티즌의 정체성과 역사의 흔적이 맞춰지길 팬들은 소망한다.
대전하나시티즌이 당시 SNS에 공개했던 2022시즌 에코 유니폼 예시.(사진=중도일보DB) |
또 하나은행 자체 어플리케이션인 '하나원큐'를 통한 단독 온라인 티켓 예매, 굿즈(MD) 상품 부실, 소통 부재 등을 두고선 올 시즌 대전의 공식 서포터즈인 '대전러버스'로부터 공식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구단 홍보가 하나은행의 노골적인 마케팅에 접목되면서 팬들은 불만과 거부감을 표출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엔 구단과 서포터즈 사이에 쌓여온 불신과 앙금이 폭발하면서 극한의 대치도 벌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구단 측의 불통 행보에 대전러버스는 구단과 협약을 맺고 운영해오던 원정버스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선수들을 향한 응원은 계속하지만, 앞으로 사무국과의 협업은 중단키로 했다.
권혁민 대전러버스 회장은 "대전하나시티즌 팬들은 구단 전신인 대전시티즌 시절부터 팀을 사랑했던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기업구단 전환 이후 대전시티즌의 정체성이 점차 흐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실망한 팬들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각종 앱과 대전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깔리고 있는 하나은행 홍보 문구와 배너 등만 보더라도 축구가 아닌 은행의 금융상품 마케팅만 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서 "그동안 팬들의 불만을 구단에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회피로 일관할 뿐 큰 변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전월드컵경기장 운영에 대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시와 주변 상권 간 협의를 통한 경기장 환경개선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고, 기대했던 테마형 파크는 고사하고 월드컵경기장 내 볼링장조차 수년째 방치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로부터 월드컵경기장 운영권을 넘겨받을 당시 합의했던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을 잊은 게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전하나시티즌 관계자는 "테마형 파크는 창단 당시 추진 과정을 거쳤지만 법적으로 풀어야 할 규제가 있어 잠시 보류된 상태"라며 "볼링장도 예산 관련 문제가 엮여 있어 대전시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손을 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올해 3월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의 홈 개막전을 찾은 서포터즈와 관중들.(사진=심효준 기자) |
최근엔 성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대전시티즌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구단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발걸음도 줄고 있다.
20일 한국프로축구연맹 등에 따르면, 올해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14경기의 평균 관중 수는 약 8229명으로 집계됐다. 승격 첫해를 맞았던 지난해 19경기 평균관중 수가 1만285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0% 이상 감소한 수치다. 감독 교체와 대대적인 리빌딩 이후에도 성적 부진이 계속되자, 실망한 팬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하나시티즌 관계자는 "여름 이적시장까지 감독과 선수단이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해졌고, 팬들의 원성도 함께 늘었다는 점을 구단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서포터즈와 최근 오해가 생기면서 감정적으로 변한 부분이 있지만, 팬들을 위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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