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위기에 봉착한 이유로는 다양한 원인이 지목된다. 기업구단으로 탈바꿈한 이후에도 시행착오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조직구조와 운영방식 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는 실정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3차례 시리즈를 통해 대전하나시티즌의 과거와 현재를 톺아보고 구단이 마주한 현실을 진단해 더 나은 프로축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성적> 꽃길 아닌 가시밭길…승격 2년 차에 강등 위기까지
(중)<약속> 흐릿해진 대전시티즌 정신…팬들과의 약속은?
(하)<미래> 이대론 결국 또 되풀이…"미래로 나아가야"
대전하나시티즌이 2022년 10월 29일 열린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하며 K리그1승격을 확정지었다. 선수들과 팬들이 승격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호하고 있다.(사진=대전하나시티즌) |
이를 보답하듯 대전하나시티즌은 역사적 첫발을 내디딘 지 4년 만에 K리그1에 복귀했다. 승격 첫해 8위로 선전했다.
기쁨도 잠시 현실은 냉혹했다. 올 시즌 승격 2년 차를 맞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란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지만, 최악의 부진으로 강등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8일 오전 기준 2024 K리그1 성적은 6승 9무 12패(승점 27점)로 전체 12개 팀 중 10위에 머물러 있다. 대구FC(11위·승점 27점), 전북현대모터스(12위·승점 26점)와 함께 최하위권을 형성 중이다. 현시점에서 대전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는 '다이렉트 강등'이다. 시민구단 시절을 포함해 8년 만의 K리그1 복귀 시즌을 '공격 축구'라는 신드롬과 함께 성공적으로 보냈지만, 올해엔 선수단 개편 실패와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중 감독 교체라는 칼까지 빼 들 정도다.
올해 성적 부진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전지훈련을 통한 막판 담금질을 하지 못한 부분이 지목된다.
대전은 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경남 거제, 베트남 하노이, 일본 가고시마까지 총 3차례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1차에서는 체력 훈련, 2차 전술 훈련 위주로 진행하는데, 베트남에선 하나은행이 후원한 'BIDV 초청 하나플레이컵'과 결합해 캠프 일정이 전개됐다. 대회는 베트남 국영 상업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도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선수단은 대회 일정을 소화하며 체력과 전술 훈련을 병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마케팅에 치중한 행사 일정 특성상 전지훈련의 주목적인 기량 점검과 체력 증진 효과가 예년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론적이지만 지난해 지옥훈련이라 불릴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일정을 소화했던 선수단의 시즌 초 기량과 성적이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축구계 관계자는 "당시 베트남 전지훈련은 사실상 '하나 플레이컵'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대회 참가와 훈련을 동시에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마케팅 때문에 리그 개막 전부터 선수단의 힘을 다 빼버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올해 대전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전하나시티즌 관계자는 "시즌 초부터 팬들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팬들 사이 각종 오해도 생겼던 것 같다"며 "당시 대회는 시즌 돌입 전 실전을 위한 연습경기로도 볼 수 있다. 선수단 훈련에 있어 우려할 점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2023 시즌 대전하나시티즌에서 활약한 티아고 선수.(사진=대전하나시티즌) |
축구는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 간의 호흡이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팀이 되기 때문에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이 그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이적시장은 상호 간 이해관계가 형성되지만, 그동안 대전은 기존 선수들과 인력을 지키기보다 매번 새로운 인물로 다음을 도모하는 기조를 보여왔다. 결국 올 시즌 대전은 구심점 역할을 할 선수를 적절히 발굴하지 못하면서 성적은 물론 침체한 선수단 분위기를 제때 수습하지 못했다. 심지어 최근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전은 K리그1 12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1명의 선수를 폭풍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새로운 얼굴을 대거 영입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는 또다시 어수선해진 상태로, 위기 때마다 반복하는 감독과 경영진, 선수단의 전면적 개편이 구단의 분위기와 사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세환 한밭대학교 스포츠건강과학과 교수는 "스포츠에서 레전드의 힘은 조직이 어려울 때 구심점 역할을 하고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잡아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전하나시티즌은 레전드는 고사하고, 당장 지난 시즌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조차 올해에는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지역 유망주를 발굴하고 그들을 팀의 레전드로 성장시키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선수단을 넘어 감독, 프런트, 경영진 등 구단 전체 구성원을 꾸릴 때도 이러한 정신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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