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풍속화에서 산수화로 <대관령>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풍속화에서 산수화로 <대관령>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8-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이제 여름이 떠날 채비를 한다. 저마다 선택한 피서 방법으로 무더위를 즐겼을 법하다.

예술품 감상으로도 충분한 피서가 되리라. 문화원에서 잠깐씩 열기 식히는 사람도 만난다. 필자 방은 냉방기를 잘 켜지 않지만, 시민공간인 로비는 냉방기가 빵빵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수다 떨거나, 책보기, 휴대전화에 열중인 사람도 있다. 여유가 있을 때는 덩달아 책을 펼친다.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 ~ 미상, 도화서 화원)의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 모작에 대한 자료를 살피고, 그림을 감상한다. 그림 중 <대관령>에 눈길이 멈춘다.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다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신혼여행도 설악산으로 갔다. 이후에도 수차례 더 갔지만 모르기는 여전하다. 안다는 것은 교육이나 경험, 사고를 통하여 얻은 정보나 지식이다. 그것만으로 안다 하는 자체가 모순 아니랴.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부분적으로 아는 것 가지고 전체를 안다 거나, 겉만 보고 속속들이 아는 것처럼 말하곤 한다. 자성하게 된다. 게다가, 세월이 흐르다 보니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한 번은 아이 둘, 아내와 함께 승용차로 찾은 일이 있다. 미리 산행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갑자기 설악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 오후 늦게 출발했다. 강원도에 들어서기도 전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대관령 고개 정점 넘어, 언덕배기 공터에 주차하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여명이 밝아오며 꿈같은 풍광이 드러난다. 구불구불한 길이 산에 기대 숨바꼭질 하며, 멀리 하늘과 맞닿은 곳으로 사라진다. 인상적이었던 그 모습이 <대관령> 그림에 겹쳐진다.

지금이야 서울영양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동해안고속도로 등 교통사정이 무척 좋아졌지만, 당시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2차선 도로였다. 조선시대 도로 사정이 훨씬 더 열악했음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이 금강산을 찾았다. 유람기, 화첩 등을 남기기도 한다.

제왕인들 금강의 명성을 어찌 모르랴. 나랏일이 워낙 바빠 찾을 시간이 없자, 누워서 라도 즐기려(臥遊) 한다. 화원을 보내 그려오게 한다. 정조 역시 1788년 단원 김홍도와 복헌 김응환(復軒 金應煥, 1742 ~ 1789, 도화서 화원)을 보내 금강산 일원을 그려오게 한다. 정확한 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전하는 화첩의 지명을 검토, 분석한 결과 한양(漢陽)→영동 9군(嶺東 9郡)→진양(淮陽)→내금강(內金剛)→외금강(外金剛)→회양(淮陽)→한양일 것이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추정한다. 4개 군보다 넓은 영동 9군, 오대산, 설악산, 해금강, 내금강, 외금강이 화첩의 중심 내용이다. 때문에 '사군첩' 보다 '김홍도필 금강산화첩(金弘道筆 金剛山畵帖)'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있다.

여행에서 사생해온 초본에 의거 제작한 채색횡권본(彩色橫卷本)과 화첩본(畵帖本, 5권 70폭) 두 가지를 정조에게 진상한다. 채색횡권본은 화재로 소실되고, 화첩본은 행방이 묘연하다. 그럼에도 많은 임모작(臨模作) 화첩이 전하는 데, 단원이 후세에 미친 엄청난 영향력의 한 단면이다. 교본, 사표가 되었다는 의미다. 보고 있는 60폭 《금강사군첩》은 국립중앙박물관이 1995년 '단원 김홍도 탄신 250주년 기념 특별전에' 선보인 것이다. 다행히 임모한 화가 역시 뛰어나고 정밀하게 그려, 원작의 구도와 화풍의 특징 등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양동길
비단에 수묵담채, 30.4cm × 43.7cm
심원법(深遠法)으로 그린 <대관령>이 여행 중 느꼈던 느낌 그대로다. 지금은 강릉일대가 고층 주택이 빼곡히 들어차 있지만, 그리던 당시엔 군데군데 촌락이 자리하고 있었으리라. 그림엔 생략되어 산과 구릉 뿐이다. 그 사이로 헤집고 가는 길, 바다에 맞닿아 있는 경포호가 유난히 강조되어있다. 자칫 단조롭게 보일 수평 구도가 수평수직 구도가 된다. 그 뒤에는 옅은 청색의 바다와 그에 접한 하늘이 어른거린다.

김홍도는 화원 본연의 업무에 해당하는 행사도나 어진, 사대부의 초상화제작 외에 일반인의 생활모습 그리길 좋아했다. 정조가 눈여겨보았던 것일까? 창작활동을 도우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화원 업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1778년 '금강산도' 제작하라 유람 시키며, 1784년 안기역 찰방으로 보내 약 2년 동안 근무하게 한다. 대마도에 보내 일본 지도도 제작하고, 동지사를 수행하여 중국에도 다녀온다. 용주사 불화 조성 감독도하고 정조 어진 제작도 한다. 1791년 어진 제작 공로를 내세워 연풍 현감으로 보내, 1795년까지 봉직하게 한다.

《금강사군첩》은 단원의 생애 후기, 한국적 정취가 물씬 담긴 개성적 산수화풍 형성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개인에서 나아가 조선 후기 화단에 미친 지대한 영향으로,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 발전의 정점을 이루게 했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백화점 설 휴점일은 언제?... "확인해보고 가세요"
  2. 세종시서 가족·지인과 '설 연휴'...이렇게 보내볼까?
  3. 원자력계 대부 故 한필순 소장 10주기 추모식… 동료들 "당신의 헌신 기억될 것"
  4.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 대전 은구비서로 골목형상점가서 애로사항 청취
  5.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국민의힘 충청권 시도지사, 민생과 지역발전 뒷전"
  1. 국민의힘 대전시당 "풍성한 명절 보내시고, 행복과 안전을"
  2. [날씨] 설 앞두고 전국에 눈비 계속…대전·세종 아침 최저 -4도
  3. 충남도, 청·중장년 일상돌봄서비스 지원
  4. 설 연휴 폭설에 충청권 눈길 교통사고 잇달아…29일까지 많은 눈
  5. 명절 연휴 고속도로의 유용한 정보들

헤드라인 뉴스


눈에 파묻힌 설 연휴…내일까지 더 내린다

눈에 파묻힌 설 연휴…내일까지 더 내린다

설을 하루 앞둔 28일 전국이 눈으로 덮였다. 기온까지 뚝 떨어지며 내린 눈이 그대로 얼고 있다.이날 오전 현재 중부지방과 호남, 경북내륙, 경남북서내륙, 제주 등 대설특보가 내려진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3㎝씩 눈이 쏟아지고 있다. 적설량은 대전 10.7㎝, 충남 계룡시 계룡산은 29.1㎝, 충북 진천군(광혜원면)은 35.5㎝, 충북 충주 14.5㎝, 강원 홍천군 구룡령은 40.7㎝ 등이다.눈은 전국적으로(제주는 눈 또는 비) 계속 이어지겠다.29일까지 더 내릴 눈의 양은 대전·세종·충남·광주·전남·전북·제주산지 5∼15㎝(충..

부석사 불상 만나려 전국서 발길…광배·좌대 잃고 화상의 불상 `안타까워`
부석사 불상 만나려 전국서 발길…광배·좌대 잃고 화상의 불상 '안타까워'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서산 부석사로 옮겨지고 지난 647년간의 모진 풍파를 몸에 새긴 불상을 직접 보려는 방문객 발길이 서산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화상을 입고 좌대가 분실되는 등 상처만 지닌 채 잠시 귀향한 불상을 측은히 여기면서도 관람객들은 서산지역 역사를 새롭게 알았다는 반응이다. 1월 26일 찾은 서산시 부석면 취평리 도비산의 부석사는 관람객들이 전국에서 찾아오면서 불상을 모신 설법전은 출입구에 문턱이 닳도록 붐볐다. 설 명절을 앞두고 부모님을 부축해서 불상 앞에서 합장 기도하는 가족부터 나들이로 서산을 찾았다가 부석사를..

[펫챠-Q&A] 설명절 발려견에 차례음식 줘도 괜찮을까?
[펫챠-Q&A] 설명절 발려견에 차례음식 줘도 괜찮을까?

설 명절에는 다양한 차례 음식들을 만드는데 반려인이 주의해야 할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반려견을 키우거나 동반한 가족의 경우 소중한 강아지가 음식을 잘못 섭취해 응급으로 동물병원을 찾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반려견이 먹어도 되는 것과 안되는 것, 주의사항에 대해 24시 타임동물메디컬센터의 안정희 수의사를 통해 들어봤다. ① 떡: 질식 위험 떡은 소화가 어렵고 목에 걸려 질식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송편 등 찰떡류는 더욱이 소화가 어려워 절대 먹여서는 안 된다. ② 전: 소화 안됨 전은 기름이 많은 고지방 음식으로 반려견의 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잊혀져가는 공중전화의 추억 잊혀져가는 공중전화의 추억

  • 명절 연휴 고속도로의 유용한 정보들 명절 연휴 고속도로의 유용한 정보들

  • 설 앞두고 북적이는 시장 설 앞두고 북적이는 시장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