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근 전북도의원 |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역사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 세계 강국의 대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전쟁과 독재체제 속에서도 국민의 편에서 국민을 위해 싸웠던 지도자와 그를 굳게 믿고 따랐던 조력자의 합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굳은 의지와 값진 희생으로 국난을 잘 극복해 낸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강한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경제 강국을 이룬 현재, 아쉽게도 우리 사회는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잃은 듯하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공직자가 아니라 권력자의 눈치를 보고 개인의 손익을 따지며 특정 정권에 편협하다.
장수에는 2덕 3절 5의라 해서 장수를 빛낸 10인의 인물이 있다. 2덕(二德)은 너그럽고 슬기로운 덕으로 백성들을 이끈 방촌 황희, 수절신 백장 선생이고 3절(三節)은 충성스러운 절개를 지녔던 의암 주논개, 충복 정경손, 순의리 백씨를 꼽는다. 5의(五義)는 뜻을 굽히지 않고 나라를 지켜낸 백용성 조사, 정인승 박사, 전해산 의병대장, 문태서 의병대장, 박춘실 의병대장이다.
협력의 관계가 아닌 서로 흠집 내기로 승패를 가리는 정치권을 보면서 필자 역시 정직함을 잃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고자 한다. 장수의 2덕 3절 5의 인물들은 주저함과 흔들림이 있을 때마다 필자를 이끌어 준 스승으로 그중 가장 큰 깨달음과 혜안을 준 위인이 바로 방촌 황희정승이다.
그는 60년 동안 관직에 있으면서 24년간 재상으로 그중 18년 동안 영의정을 지내며 국정을 이끌었다. 재직하는 동안 너그럽고 후덕한 마음으로 정사를 처리하는데 정의로웠고 사사로움이 없었으며 청렴함과 총명함으로 왕과 신하, 백성 모두에게 존경받았다.
1452년 그가 별세한 후 문종이 내린 사제교서를 보면 황희의 인품과 공적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문종실록' 문종 2년(1452년) 2월 12일 기사이다.
"큰일과 큰 의논을 결정할 적엔 의심나는 것을 고찰함이 실로 길흉을 점치는 데 쓰이는 시귀(蓍龜 톱풀과 거북)와 같았으며 좋은 꾀와 좋은 계획이 있을 적엔 임금에게 고함이 항상 병을 고치는 약석(藥石 약과 침)보다 나았다. 임금을 과실이 없는 곳으로 인도했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요란하게 하지 않는 것으로 목적을 삼았었다. 오래도록 군주의 다리와 팔이었으며 참으로 국가의 기둥과 주추였다."
유교 사상을 근간으로 국정을 살폈던 황희의 관직 생활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도 과연 통할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무성한 나무일수록 그 뿌리가 깊고 단단한 것처럼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세상의 이치나 근본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올바르게 세워 가는 것이 바로 정치다. 권력자와 조력자의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정치는 혼돈에 빠지고 그것은 곧 국민의 권리를 빼앗고 만다.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황희의 충의(忠義)를 새기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청렴의 대명사로 존경받고 있는 황희의 리더십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박용근 전북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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