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 유영홍 열사의 손자인 유용욱 씨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조선어 폐지에 저항하다 순국한 할아버지를 되새기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15일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 너머에 있는 독립유공자 3묘역에서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인 유용욱 씨가 할아버지인 순국선열 유영홍(1905~1943) 열사 묘역을 참배했다. 유영홍 열사는 1941년 일제가 강요한 창씨개명과 조선어 폐지에 반대하다가 소학교 훈도(교원)에서 퇴출당하고, 이듬해 해남군청에서 조선어 폐지는 민족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고 일제의 태평양전쟁은 조선 독립의 절호의 기회라고 연설하다가 일경에 체포됐다. 보안법 위반으로 목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던 중 순국했다. 손자 유용욱 씨는 이날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가 보았던 일제강점기 전남 해남은 모든 산물이 목포항을 거쳐 일본으로 반출되는 수탈의 풍경이었을 것이고 비분을 참지 못하셨을 것이다"라며 "할아버지가 투옥 중일 때 마루방에서 태극기 십 여 장 발견되었을 정도로 큰 거사를 준비하셨으나, 남편을 잃은 할머니는 모든 가족을 데리고 서울로 이주하셨다"고 가족사를 설명했다. 그는 "저희 할아버지는 명예로운 곳에 안장되어 계시지만,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나 가족까지 한꺼번에 일제의 화를 입은 독립 무명열사와 그들의 후손들을 위한 공간과 시설이이 필요하다"며 "유럽은 나치를 끝까지 추적해 단죄하는데 우리는 친일을 구제할 것처럼 하는 이가 기관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산리전투에서 승리하고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우리 교민 교육에 앞장선 김중한 애국지사의 손자가 참배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손자 김성현(69)씨는 "조부께서 고향 안동을 떠나 만주에 정착하면서 저희 가족은 중국에서 태어나 하얼빈에서 거주하다가 2002년 한국으로 귀화했다"라며 "정부가 독립운동가 단체와 후손들의 의견을 조금 더 경청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조선자주독립'이라는 깃발을 들고 독립만세를 외친 이병석 애국지사의 외손자 이연호 씨가 대대로 지켜온 궁중술을 바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궁중술 호산춘 보존회장인 이연호 씨는 "조부께서는 만세운동을 준비할 때도 대대로 내려오는 궁중술을 빚었고, 술을 나누면서 더 많은 이들이 만세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셨다고 어머니께 들었다"며 "조부께서 태극기 흔드시는 당당한 모습과 독립을 외치는 우렁찬 음성이 제 귓가에 들리는 듯 하고, 더 많은 후손들이 우리의 애국지사 묘역을 찾아와 북적이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감정을 전했다. 김원진 전 광복회 충북지부장도 정부 경축식에 불참하고 독립유공자 1묘역에 안장된 부친인 김창도(1900~1967) 애국지사 묘역을 참배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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