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81. 한국 문화에서 문기(文氣)와 신기(神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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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81. 한국 문화에서 문기(文氣)와 신기(神氣)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8-15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한국학의 대가 최준식 교수는 "한국은 후진국이었다가 선진국이 된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선진국이었다가 잠깐 바닥을 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이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분에 의하면, 고려시대는 선진국이었고, 조선의 정조가 죽고 순조가 즉위한 해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서 혹독한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완전히 바닥을 쳤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가 되면서 한국은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상당 부분 회복되었다는 것이지요.

이런 주장을 하는 최준식 교수는 한국의 문화를 구성하는 두 원리를 문기(文氣)와 신기(神氣)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기는 문화적 수준이 대단히 높다는 말인데, 그 근거로써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등재 순위는 2023년 기준, 18건으로 세계 5위이며, 아시아에서는 1위입니다. 최준식 교수는 한국의 드높은 문기 정신으로 세계 문자사에 유례없는 책 '훈민정음', 세계에서 가장 긴 단일 왕조 역사서 '조선왕조실록', 세계 최대의 역사 기록물 '승정원일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불조직지심체요절', 그리고 가장 오래된 최고의 한역 대장경인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렇게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 기록 유산이야말로 한국의 인문 정신을 대표하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우리 조상들의 문기가 얼마나 성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최준식 교수는 우리에게는 문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는 '에너지'가 있는데, 그것을 신기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신기는 한국인들이 내면적으로 갖고 있는 어떤 폭발적인 힘, 즉 에너지를 말합니다. 문기는 한국인들의 인문 정신으로 지금보다는 오히려 과거에 더 뛰어났으나, 현대의 한국인은 신기, 즉 에너지가 넘치는 민족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최준식 교수는 이 기운을 설명하면서 2002년 월드컵을 예로 들었습니다. 항상 예선 탈락을 하던 한국이 그때 갑자기 세계 4강이 되었고, 이는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힘이 터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음으로 거론한 것이 '한류'입니다. 한류의 실체는 노래와 춤, 그리고 드라마인데 이것은 모두 노는 데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문기처럼 인문학적 힘을 발산한 게 아니라 신나게 노는 끼를 유감없이 발산한 것입니다. 최준식 교수는 한류를 설명하면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예로 들었는데, 싸이의 성공에는 한국인의 남다른 가무 정신이 깔려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신기가 한국 경제를 기적적으로 발전시킨 데에 한몫을 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에게서 발견되는 문기와 신기중에서 문기는 과거에 속한 것이고, 신기는 현대에 와서 크게 발현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신기는 '그냥 놓아두어도' 되는데 문기는 모두 과거의 것이며, 현재(신기가 뒷받침이 된) 경제 수준을 못 따라가기 때문에 끌어올려야 합니다. 또한 신기는 에너지만 있지 방향성은 없는데, 이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은 문기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는 인문학(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제적 선진국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준식 교수의 견해에 공감하는데, 다만 최교수와 다른 점은 '한류'는 단순한 신기만이 아니라 상당 부분 인문학(문기)적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완전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문기와 신기, 인문학과 응용과학이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해야 되겠습니다. (이상 최준식 교수의 주장은 '세계가 높이 산 한국의 문기',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 '다시, 한국인'을 참고했음)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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