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권은 헌법 79조와 형법에 근거한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늘 그렇듯이 이번 역시 사법정의 훼손 논란 등 부정적 여론이 가시지 않는다. 복권 없는 사면에 이은 쪼개기 복권이 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일부 인사는 설왕설래가 많았다. 외형적으로 사면 조건인 것은 맞으나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과거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표현)이 됐는지 미심쩍은 부분도 없지 않다. 제왕의 은전처럼 베풀어진 사면권 남용이 아니었길 바란다. 국민 지지를 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국민 통합 쪽에 무게가 실렸다고 해석하고 싶다.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정치권 등판이 보란 듯이 그릇된 메시지를 줘선 안 된다. 민주주의 파괴 범죄에 대한 인정과 성찰이 여전히 없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크다. 진솔한 반성과 사죄가 사면·복권의 전제다. 그것이 국민 정서이며 법감정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까지 사실상 거의 면죄부를 받았다. 법원이 내린 확정판결의 효력을 대통령이 소멸시키는 게 사면권의 본질 같은 측면은 있다. 그래도 법치에 대한 불신의 씨앗은 남기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성격상 이번 특사·복권은 정치적 갈등 상황을 일단락하는 의미로도 받아들이면 좋겠다. 정치자금법 위반 족쇄가 채워져 2017년 시장직을 상실하고 정치적 행보가 중단된 권 전 시장의 경우, 정치공학적 해석이 분분하다. 복권은 명예회복만 의미한다고 보진 않는다. 박탈된 피선거권이 회복돼 7년 만에 정치 행보 재개가 가능하지만 지역 정치 지형도는 달라졌다. 세간의 관심사인 당적 변경 등 어떤 선택을 하든 분열이 아닌 지역 통합과 화합의 큰길을 걷길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