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압은 사람이 야외 활동을 하면서 기질을 밟는 것을 말한다. 산과 들, 육지와 바다의 영향을 함께 받는 연안 등을 기질이라고 할 수 있다.
흰발농게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2급이며 해양수산부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한 인천의 깃대종이다. 깃대종은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주요 동·식물을 일컫는다.
연구팀은 갯벌을 밟는 답압 이후 흰발농게가 굴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 지연되고 이동하는 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관찰했다. 특히 여름철에는 수컷이 집게발을 흔들면서 암컷에게 구애를 하는데 이러한 구애 행동와 먹이를 먹는 시간이 줄었다. 반면 굴 보수를 하거나 경계를 하는 행동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개체 행동의 변화가 모여 집단행동이 변화하는 것도 확인했다. 밖으로 나와서 활동하는 개체들이 줄어들 뿐 아니라 구애하는 개체들이 감소하면서 궁극적으로 한 달에 두 번 주기로 왕성해지는 구애의 리듬이 붕괴되는 것을 추가로 밝혀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박서정씨는 인하대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엔지니어링 전공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김태원 교수 연구팀과 함께 2021년 답압을 가한 굴의 입구와 정상적인 굴의 입구에서 캠코더 영상을 촬영해 게의 행동을 비교 분석했다. 게가 모여 사는 곳을 구역별로 나눠 각 구역에 사람이 밟는 기간을 다르게 설정한 뒤 게들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연구했다.
연구 결과 답압을 보름 정도 했을 때와 한 달 정도를 했을 때 게의 행동 지표가 나빠지는 정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단기적인 답압에도 흰발농게의 행동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JCR(저널인용보고서) 해양학 분야 상위 5% 이내의 권위 학술지인 '해양과 연안 관리(Ocean and Coastal Management)'에 게재됐다.
논문의 제1저자인 박서정 연구원은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곳은 매립으로 이미 많이 소실됐을 뿐 아니라 육지와 가장 가까운 높은 갯벌이라서 사람이 접근하기 용이하기에 답압으로 인한 생물의 활동과 생태를 고려한 실용적인 서식처 보전 관리 전략을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원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최근 증가한 갯벌 체험과 건강을 위한 갯벌 위 맨발 걷기는 흰발농게를 포함한 갯벌 생물의 번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앞으로 갯벌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갯벌을 개방하는 기간과 방문객의 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주관철 기자 orca242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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