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나!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나!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4-08-12 10:48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120401000190300005941
송복섭 교수
어느 자리에서 누가 "과연 이순신 장군 혼자서 거북선을 만들었겠는가?"라는 화두를 꺼냈다. 임진왜란 당시 혁혁한 공을 세운 거북선이 이순신 장군의 명으로 조선 시대 주력 선인 판옥선을 개량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태종 때에도 거북선이 활약했다고 하고 야사에는 거북선을 제안한 사람이 여럿 등장한다. 오늘날처럼 특허제도가 없던 시절이니 정확히 누가 거북선을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는가가 쉽게 알기 어렵다.

8세기 갑자기 등장해서 유럽을 휩쓴 바이킹선도 마찬가지다. 얇은 목재를 사용해서 배를 가볍게 하고 모양을 길게 만들어 획기적으로 속도를 높인 바이킹선도 누구의 공로인지 기록이 없다. 다만 여러 진보의 종합이 결과물로써 걸작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만 추측할 따름이다. 이런 유의 발명품은 역사상 수도 없이 많다. 철광석으로 강철을 만들어 낸 일도 그렇고 종이를 발명한 일도 그렇다. 서기 105년에 채륜이 종이를 발명한 것으로 배워왔지만 밑거름이 된 개별 기술을 종합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분명한 것은 결정적이었든 점진적이었든 여럿이 만들어 낸 발전된 기술로부터 다시 새로운 도약을 이뤘다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모두 이름 없는 선조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허제도가 활성화한 산업혁명 이후로는 발명한 사람의 이름과 범위가 비교적 정확히 알려지기 때문에 행여라도 이를 사용할라치면 비용을 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며 처벌을 각오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함께 작업하다가 창의적인 성과물이 만들어졌다면 발명한 사람의 기여가 분명치 않을 수도 있다. 애초에 특별한 목표 아래 발명을 전제로 작업했다면 비교적 구분이 명확할 수 있으나, 우연의 산물로 발명이 만들어진 경우는 애매하기 일쑤다. 게다가 역사상 훌륭한 발명품들은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시기 대면 회의 대신 혼자 서면으로 의견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곤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개는 함께 회의하는 중에 누군가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다시 그 아이디어에 누군가가 또 창의적인 생각을 더 하면서 기대 이상의 결과가 만들어지는 경험을 일상으로 삼았었기 때문이다. 그 경우 내가 낸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오롯이 내 것만이 될 수 없다. 그렇게 인류는 함께 모여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후대에 전하면서 오늘날의 문명을 일궈낸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각자 경쟁하며 혼자서 아이디어를 만드는 사회로 굳어져 가고 있다. 서로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폭발적인 생각의 상승작용으로 기막힌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쾌감을 경험하기보다는, 행여 남이 내 아이디어를 훔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의견 내기를 주저하는 현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며 자라온 이유로 학교에서도 팀 작업이 힘든 정도다. 건축설계는 복잡한 과정이므로 설계사무소에서 팀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자연스러운 실무 적응을 위해 대학교에서도 설계 수업에서 팀 작업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팀원끼리 이견을 조율하기가 힘들어 큰 갈등을 만들기도 하고 무임승차도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합심하지 못하는 팀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반면에 협력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잘하는 부분을 시너지가 나도록 운영하는 팀은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거북선과 바이킹선은 어느 한 사람의 총체적인 혜안이 아니라 그때까지의 기술에 하나의 아이디어가 더하고 다시 그 결과물에 또 다른 생각이 붙고 이를 종합하는 사람도 생기고 하는 과정에서 걸작이 탄생한 것이다. 일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발전할 것이다. 그 길은 기쁨과 보람의 과정이지 고독과 고통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우리네 교육도 각자 지나친 경쟁으로부터 탈피하여 서로 돕고 함께하는 여정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어려서부터도 혼자만 고집부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로 내버려 둘 게 아니라 함께 협력하면서 발견하는 기쁨을 경험하도록 양육해야 한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