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열 수필가 |
지난 6월 아리셀 리튬제조 공장에서 대형화재가 났다. 리튬이온 기반 배터리는 가연성 유기 전해질 사용으로 화재에 매우 취약함에도 방송에 노출된 공장 환경을 보니 격벽이 없고 대피로에도 물건이 쌓여 있었다. 이전에도 4차례나 화재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예방과 초기 대응조치는 허술했다. 사고가 난 후에야 행정기관에서는 전국의 리튬 사업장을 점검하는 요란을 떤다.
화재 원인조사 결과가 나오면 알겠지만 2층 공장에서 난 불로 23인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타 사례에서 보듯 여러 부실 요인이 얽혔을 것이다. 아리셀 같은 공장은 그 산업만의 특수한 화재 유형이 있으니 건축설계와 소화 방법이 달라야 한다. 그런데도 방송에서는 물로써 꺼지지 않으니 모래를 뿌려야 되느니 하는 뒷북치는 소리만 들렸다. 아리셀은 사고 나기 석 달 전만 하더라도 우수 산업재해방지 현장으로 뽑혔단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맞나 할 정도로 재해나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사고를 수습하는 방안은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는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끊임없이 다른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니 앞의 사건은 금방 휘발되어 사라진다. 아리셀의 비극도 벌써 대중들의 관심에서 비껴있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영향은 엄청났다. 안전관리에 획기적인 대책이 수립되고 안전 의식도 높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단지 확실한 학습효과는 사고가 난 후 윗분들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보여주기식 책임회피 말들이 수시로 보도된다. 물론 각 분야에서 재해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법이나 제도를 많이 보완했다. 하지만 사고는 제도적인 조치도 필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경영의 틀에서 안전을 총괄하는 사업주의 관심과 담당자의 책임 의식, 종사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어울려야 사고를 줄일 수 있을 테다.
최근에는 공공이 아닌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8월 2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폭발로 많은 차량이 전소되고 유독 가스와 함께 몇백 가구에서 단전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 파장이 만만찮다. 작년에는 검단 자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공사 중 철근 누락으로 일어난 상층부 붕괴사고도 있었다.
산업 및 건설 현장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 안전 불감증이 널려있다. 운전자가 운전 중 스마트폰을 보다가 주의력 결핍으로 차량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최대속도가 25km/h인 자전거 도로에 자토바이가 과속으로 달리는 모습도 종종 본다. 아차 하면 사고로 직결되는 행위로 나부터 안전 문화의 생활화가 절실하다.
곧 가을장마가 시작되고 태풍도 두서넛 영향을 미칠 것이다. 80년대 후반이었다. 10월 초, 태풍이 남부지방을 스쳐 지나갔다. 대통령이 상황 파악 차 지금의 재난 안전관리본부 상황실에 전화했는데 연결되지 않았다. 그 당시 방재 기간은 6.15~9.15일까지였기 때문이었다. 그 후 방재 기간은 10.15일까지로 늘어났다. 지금은 기상이변, 도시화 및 산업 고도화로 연중 수시로 재난·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참 격세지감을 느낀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주는 판에 터무니없는 재해나 사고로 생명을 잃지 않도록 안전 문화, 정말 달라져야 한다. 올해 기상특보 시 토양 함수율이 90% 이상 포화도에 이르면 산사태 주의보를 내리는 등 수해 대비 능력을 끌어올렸다. 이처럼 안전사고는 예방이 중요하다. 한 번의 사고는 실수지만 거듭되면 수준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에 걸맞게 새로운 각오로 K-안전을 다짐할 때다. 김태열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