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비치된 전기차 충전시설 모습. /김흥수 기자 |
해당 아파트 관계자는 "청라 전기차 화재사고 이후 입주민들의 민원도 있었고,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관리사무소에서 선제적으로 주차금지 안내방송을 시작했다"면서 "모든 전기차가 아닌 현재 문제가 되는 국내외 완성차 제조사별 리콜대상 차종이 지하 주차금지 대상"이라고 말했다. 입주민 갈등을 우려해 "전기차 외부 주차 건은 이웃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권고 사항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구의 또 다른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입주민들이 꽤 있지만, 실외주차장이 없어 방송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조만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소화 덮개 구입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사고를 우려해 전기차 지하 주차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서구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입주자는 "지하주차장 화재 발생 시 피해보상 책임이 차량 제조사와 보험사 누구에게 있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청라 화재로 이재민이 많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동안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전기차 지하 주차를 금지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기차 소유자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거금을 들여 내연기관차보다 수백만 원가량 비싼 차량을 샀는데 졸지에 애물단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전기차주 B씨는 "큰 마음먹고 전기차를 산 뒤로 만족하며 타고 다녔는데, 최근 대형 화재사고 이후로 입주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면서 "외부 주차장이 마땅히 없어 실내주차하고 있는 데, 눈치를 보고 있는 이 상황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믿고 산 만큼,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주민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제도나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데, 완전 충전된 차량일 경우 화재 발생 위험도가 높다"며 "지하에서 80%만 충전한 뒤 지상으로 옮기도록 제도화한다면 화재 발생이 99% 제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재 초기진압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이호근 교수는 "스프링클러만 제대로 작동돼도 대형화재는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소방당국에서 집중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산 주차장 화재의 경우 주차장 입구에 주차해 밖으로 견인하기 쉬워 쉽게 진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제조사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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